•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27일 위장 탈북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직파 간첩 원정화 사건에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고 혀를 내두르며 "한국판 마타하리가 군 부대를 활보했다니 한마디로 우리 군의 기강이 얼마나 흐트러졌는가(를 알 수 있는)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오늘 신문을 보니 여간 심각한게 아니다"면서 "'10년만에 간첩이 잡혔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 여성이 위장탈북자 행세를 하면서 경관과 결혼해 '신분 세탁'을 한 뒤 대놓고 첩보활동을 한 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의원은 이어 "(간첩이) 군부대를 돌며 안보교육 활동이란 이름 아래 강연을 하면서 군부대 시설을 찍고 각종 무기군사정보를 빼돌렸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우스개 소리로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나 간첩'하고 명함에 써갖고 다녀도 된다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로 우리 안보와 보안 상황이 무방비 상태였다"고 개탄했다. 그는 "북한 보위국 지령을 수시로 받으면서 장교 등과 내연의 관계를 맺고 경관과 결혼한 점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고 경악했다.

    전 의원은 "문제는 이 위장 탈북 여간첩이 군 기밀 뿐 아니라 탈북자 관련 정보를 매우 집요하게 장교들에게 요구하고 이를 북한에 빼돌렸다는 것"이라며 "왜 여러 정보 가운데 유난히 탈북자 관련 정보를 집중해서 모으려 했는지도 확실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한국판 마타하리'가 또 하나 집중적으로 빼내려 한 것은 황장엽씨 소재였다"면서 "북한 암살목표 0순위인 황씨의 안전 역시 철저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국방 장관과 외교관, 고급 장교들을 농락했던 독일의 여성 스파이.

    수원지검 경기경찰청 국군기무사 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위장 탈북한 뒤 남한에 들어와 군 장교 3~4명과 탈북자 단체 간부 등에게 접근해 입수한 군사 기밀을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30대 여간첩 원정화를 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