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0일 사설 '검찰 소환 9번 무시한 문국현 의원'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불법과 비리 의혹에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과 방송인들이 검찰 소환을 아예 깔아뭉개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헌금 사건과 관련해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무려 아홉 차례나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려면 그를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어제 최후통첩과 함께 체포영장 청구 방침을 밝힌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문 대표가 자초한 일이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후보 금품 공천 혐의로 서청원 김노식 양정례 의원은 이미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 연루된 문 대표가 검찰 소환마저 불응하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그는 “소수당 대표에 대한 정치적 흠집 내기”라고 주장하지만 억지다.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당당하게 검찰에 나가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문 대표만이 아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도 검찰 소환에 세 차례나 불응했다. 외국병원 인허가 로비와 관련해 거액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그는 표적 수사라고 항변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김 의원 역시 결백하다면 검찰에 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가볍게 여기면서 어떻게 법치(法治)를 말하고 입법(立法)을 하겠다는 것인가.

    정연주 전 KBS 사장도 배임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 소환에 다섯 차례나 불응했다. 그는 결국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따라 강제 구인됐다. 광우병 왜곡 보도로 수사 대상이 된 MBC PD수첩 제작진도 검찰 소환에 두 차례 불응하며 언론 자유를 위한 투사라도 되는 양 행동하고 있다.

    잘못이 없다면 검찰에 나가 소명하고 무혐의를 입증하면 된다. 소환에 불응하며 ‘야당 탄압’ ‘언론장악 음모’라고 주장하는 것은 구시대적 행태다. 지금은 검찰이 누구든 마구잡이로 소환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검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하면 법원의 체포영장이나 구인장을 발부받아 법대로 집행해야 한다. 검찰이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 인사에 대해 저자세로 나가는 것은 공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