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사 PD들에 대한 연예 기획사의 로비 의혹에 대해 검찰이 소환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계와 방송가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현재 검찰의 수사선상에는 지상파 방송국의 PD출신 사장급 인사 및 본부장 출신 간부, 전현직 책임프로듀서(CP)까지도 포함돼 있으며, 검찰은 이들이 연예기획사로부터 소속 연예인들을 키워달라는 청탁과 함께 로비를 받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부 전ㆍ현직 고위급 PD들에 대해서는 다음주 검찰에 출석해 줄 것을 통보했으며, 다른 PD들에 대해서도 소환을 위해 혐의 사실을 선별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PD들은 검찰의 소환 명단에 누가 포함돼 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러 선을 동원해 명단 확인에 나선 상태다. 공공연하게 소환 대상으로 추측되고 있는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그들과 같이 일하는 PD들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일부는 자신이 소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소문을 공개적으로 들먹이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소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명예에 큰 상처를 입는다고 생각해 떳떳함을 호소하며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는 것. 

    연예계도 곤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거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기획사는 물론이고 관련이 없는 기획사들도 지금의 상황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상관없이 수사가 진행되면서 흘러나오는 여러 풍문만으로도 연예계 전반에 대한 불신 풍조가 조장되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많은 기획사들이 코스닥에 진출한 까닭에 혹시라도 근거없는 루머에 피해를 볼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지금 업계 전체가 불황이고 모두가 굶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자칫 연예계 전체가 초토화될까 걱정된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갈린다.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방송사에 대한 연예계의 로비 의혹은 사실 연예계와 방송사의 오랜 관행이라는 시선과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할 때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한 배우 매니저는 "방송사의 영향력이 크고, 방송사 덕분에 자신의 연예인이 큰 경우 사례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그것이 무슨 금품, 향응 제공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한 중견 기획사 매니저는 "사실 매니지먼트를 해서 이익을 남기기는 정말 어렵다. 연예인 한 명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줄 아냐"면서 "그런데 이른바 대형 기획사들이 코스닥 상장, 눈먼 투자금 등을 믿고 방송가에 돈을 뿌려가며 연예인을 키우면 군소 매니지먼트사들은 설 자리가 없다. 심한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기를 꺾는다. 정정당당한 경쟁이 아니라 자금력이 있는 기획사만 살아남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예계에서는 이번 수사에서 거론되는 주식 로비 등에 대해 "코스닥에 상장된 대형 기획사들이 단기간에 실적을 내려다보니 무리를 해서라도 방송사에 줄을 대려고 하는 것"이라며 "매체가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신인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방송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방송사 PD는 "이런 사태가 터지면 주로 가요계에 태풍이 몰아치는 데 그것은 가요계가 그만큼 산업화됐기 때문이다. 방송사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