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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이하 광대회)' 간부들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몸을 숨겨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 불교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조계사에 불법시위 수배자들이 피신하고 있는 상황을 보다 못한 대한민국지키기 불교도총연합 등 12개 불교 단체는 14일 성명을 내고 "촛불시위를 주도한 뒤 천막농성 중인 수배자들은 조계사를 떠나라"고 일갈했다.
불교 단체들은 "실체없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허상만 믿고 고유가 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과 촛불시위로 피해받는 우리의 소중한 이웃을 돌아보지 못하는 외눈박이가 되지 말아야 한다"며 "농성중인 시위 주동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왜곡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불교 성지 조계사를 떠나달라"고 요구했다.
불교 단체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수배자들의 조계사 진입이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을 야기, 이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80, 90년대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던 수배자 대부분이 '전통적 성지'인 명동성당에 모여들었던 것과 달리 이명박 정부 들어 반정부시위대가 유독 조계사로 방향을 트는 경향이라는 지적이다. 광대회 주도세력으로 꼽히는 한국진보연대는 지난해 12월 한미FTA 반대 시위 등 크고 작은 시위장소로 명동성당을 선택했었지만, 쇠고기 파동 이후에는 조계사를 적극 활용했다.
조계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퇴임 직후 대선 전초기지로 사용했던 안국포럼과 길 하나를 사이로 마주한 위치에 있으며, 이 대통령과는 오랜 인연을 이어온 곳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과거 "조계사 예불드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잘 들린다"며 친근감을 자주 표해왔다. 이 대통령은 2005년 9월 동갑내기 친구였던 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영결식에 참석해 조사를 낭독한 일이 있으며 지난 1월 16일에는 조계사에서 열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신년 하례법회에 참석, 대통령 당선 후 첫 불교계와 만남을 가졌다.
16일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조계사를 찾아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을 면담했지만 분위기는 서먹서먹했다. 조계사 농성 중인 광대회 관계자들을 만난 뒤 지관 스님을 찾은 정 대표는 "원장님이 거둬주고 보호해줘서 고맙다"고 말했지만, 지관 스님은 별 대꾸를 하지 않았다. "정치 잘하라고 덕담해달라"는 강창일 의원의 요구에도 지관 스님은 "나는 정치 잘 모른다. 할 말 없다"며 말을 잇지 않았다. 정 대표가 친박 의원들의 가세로 한나라당이 거대 여당이 될 것이라며 거듭 "덕담해 달라"고 말했지만 지관 스님은 "어려운 질문이다. 잘하시길 빈다"고 짧게 답한 뒤 "건강하냐"고 되물을 뿐이었다.
현재 조계사 농성 중인 광대회 간부는 박원석 한용진 공동상황실장과 김동규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 김광일 '다함께' 운영위원, 백성균 '미친소닷넷' 대표, 백은종 '이명박탄핵운동본부' 수석부위원장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