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 사설 <이번엔 '독도 괴담' 퍼뜨려 촛불시위 하려는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등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표기하자 인터넷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일본에 팔아넘겼다'는 이른바 '독도 괴담'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괴담은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5일 "후쿠다 총리가 지난 9일 홋카이도 G8 확대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환담하던 중 독도 표기 방침을 통고하자 이 대통령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더 불이 붙고 있다. 청와대가 보도를 부인했지만 인터넷에선 '독도를 넘겼다더니 사실이었다'는 주장이 무차별로 퍼져 나갔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지난 14일 "이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가 만난 9일엔 독도 표기에 대한 일본 정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미 밝혔었다. 한국측에 공식 통보할 것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 사무차관과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도 다시 "요미우리 보도와 같은 사실은 없다고 명백히 한다"고 부인했다. 양국 당사자가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인터넷의 속성상 이 소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독도 괴담은 지난 4월 이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日王)과 만난 뒤 밑도 끝도 없이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두 사람은 악수하며 같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인터넷엔 의도적으로 이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만 편집한 사진이 돌아다녔다. 그것이 독도를 일본에 넘긴 하나의 증거라는 것이었다. 인터넷 독도 괴담은 이 대통령이 한·일 신(新)시대 선언을 한 것도 독도 포기의 증거라고 한다. 그러나 신시대 선언의 원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그보다 더 나가기도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독도를 일본에 팔아 넘긴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초등학생 수준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 유치한 괴담이 경제 규모 세계 13위라는 나라에서 유력한 설(說)이 돼 돌아다니고 있다. 만약 TV 방송이 '독도 괴담'을 퍼뜨리는 데 가세하면 독도 괴담 역시 '광우병 괴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독도 괴담이 판을 치면 칠수록 한·일 간 외교 대결에서 우리만 불리해지게 된다. 요미우리와 같은 보도 하나가 대한민국을 이렇게 흔들 수 있는 것은 독도 괴담이라는 밑바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터넷 선동꾼들은 일본이 아니라 거꾸로 한국 정부를 공격하는 "독도 촛불을 들자"고 나서고 있다. 나라가 이런 꼴이 될 정도로 신뢰를 잃어버린 대통령이나 황당한 괴담에 휘둘리는 우리 사회나 모두가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