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대 국회를 앞둔 통합민주당의 걱정이 태산이다. 손학규 대표는 26일 당 진론에 대해 "이제 18대 국회에선 수적 열세에 처하게 돼 전투에서 번번히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투 보다 멀리 있는 전쟁을 준비하자"고 주문했다.

    이날 오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한 손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의석수가 크게 줄어든 만큼 18대 국회 내내 정부·여당에 끌려다닐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의석수를 더 많이 갖고도 본인들이 주도한 정운천 농림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되며 민주당은 크게 위축된 분위기다.

    손 대표가 이날 18대 국회 당선자를 불러 "국민이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는 강한 야당으로 새로운 다짐과 각오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전투보다 멀리 있는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 손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과의 작은 전투에서 이겼지만 큰 전쟁에서 진 이유를 새겨야 한다"며 "가까이는 2년 뒤 지방선거에서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하고 19대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상천 공동대표도 "18대 국회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면서 "하나는 거대 여당이 된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을 견제하는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실현시키는 대안정당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표 역시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친박연대와 합치면 우리가 무슨 재주로 견제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해결책으로 박 대표는 당의 단합을 요구했다. 그는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견제정당, 대안정당 역할에 성공하려면 그 전제는 단합"이라며 "분열된 집안은 바로 설 수 없고 의원들간 인간적 화합과 화학적 결합은 정책노선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정책노선은 경제성장과 소외계층 보호를 함께 추구하는 중도개혁주의와 중도진보주의 노선"이라며 "나는 80여명의 의원들간 (이념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내사령탑으로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진두지휘한 김효석 원내대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실 이 자리에 서는 것을 망설였다"고 털어놓은 뒤 "금요일 정운천 장관 해임안을 시도했지만 결국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했다. 잘잘못을 떠나 모든 것이 제 책임"이라며 "책임을 통감하고 금요일 저녁 그만둘 것을 생각했지만 사실상 임기가 끝난 상태에서 그만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생각해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정 장관 해임안이 부결됐지만 김 원내대표는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면서 "고시 효력 가처분 신청을 오늘 중으로 제출할 것이고 위헌소송도 제출할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총리를 방문해 고시 연기를 강력하게 촉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