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무척 시끄럽다. 전쟁에서 이긴 측에서 전리품을 차지 하듯 자기 몫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국민의 불편한 마음이나 따가운 시선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자신들이 잘 나서 정권을 창출했다고 생각하는지 벌써부터 거만함이 하늘을 찌른다. 이명박계가 어떻고, 박근혜계가 어떻고 등등 언론에 나오는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불쾌감을 넘어 속에서 천불이 다 난다.

    국민들이 17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선택한 이유를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 많은 민초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뉴스가 일상화 된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밖에 나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학졸업 후 바로 백수가 되어버린 젊은이들, 택시·버스기사, 단순일용직노동자, 시장 구석진 곳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좌판 행상으로 먹고사는 아낙네들조차도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말이다. 부지불식간 국민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부자 한나라당, 거만한 한나라당, 추태 한나라당, 빈둥빈둥 노는 한나라당, 차떼기 한나라당, 웰빙 한나라당'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한다. 그리고 민심을 두려워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 미래는 결코 장담할 수가 없다. 겸손한 한나라당, 부지런한 한나라당, 서민을 위한 한나라당, 믿을 수 있는 한나라당, 그리고 정책과 미래가 있는 한나라당으로 말이다.

    한나라당이 환골탈태하기 위해 당직자 한사람 한사람의 사고방식을 확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갖고 있던 조그마한 기득권마저도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입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지금 한나라당에서는 비례국회의원 후보자를 모집하고 심사를 앞둔 상태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어떤 공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음으로 양으로 많은 혜택을 받고, 호의호식하고 살아왔던 사람들의 이름이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것을 보고, 나는 한나라당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나라당이 자기들만의 당이 아니라 국민의 당이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비례 의원 후보로 늙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을 끌어모아 노인대학을 구성할 목적이 아니라면, 한물간 인물들을 모셔오려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높다고 하니까 아마 눈에 뵈는 게 없어서일까. 전쟁에서 이긴 자의 전리품 정도로 생각하고는 있지 않은지 한나라당직자들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비례 의원을 뽑는 목적이 뭔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뽑을 수 없는 초야에 숨은 참신하고 능력있는 다양한 정치 신인을 발굴하기 위함이 아닌가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한나라당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정도로 걸어가길 바란다.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오래 동안 사랑받고 희망을 주려면, 과거의 모든 인연들과 과감히 단절하려는 자기희생이 절실하다. 이런 뼈아픈 용단이 없고서는 한나라당은 결코 다시 태어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한나라당 당직자와 공천심사위원들은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참신하고 능력있는 다양한 정치신인들을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모집을 해서라도 초야에 숨은 훌륭한 인재를 많이 모셔오는 데,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