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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5일자 사설 '다시 주목받는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가 역대 최대의 영남권 공천 물갈이를 단행하자 박근혜 전 대표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현역 의원 숫자 자체가 적은 데다 영남 지역에 몰려 있어 영남 지역 탈락 의원 숫자가 상대방 쪽과 비슷하다고 해도 체감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박 전 대표 진영의 좌장 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탈락한 것은 타격이다. 더구나 물갈이 지역에서 새로 공천을 받은 사람들의 상당수는 결국 당내 비주류인 박 전 대표 쪽보다는 주류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상실감은 더 클 것이다.당장 김 최고위원은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대표 진영의 다른 탈락 의원들도 잇달아 같은 뜻을 밝히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신당 창당 주장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는 박 전 대표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지금 박 전 대표는 "사적 감정으로 표적 공천을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탈락한 측근 의원에게는 "살아서 돌아와 달라"고 했다고도 한다.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라는 뜻이다. 앞으로 박 전 대표 자신이 탈당할 수 있다거나, 당에 남되 총선 지원 활동을 거부할 수 있다는 식의 얘기들이 돌고 있다고 한다. 아니면 반대로 현 상황을 인내하면서 당인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택도 박 전 대표의 몫이고, 결과도 박 전 대표가 안고 가야 할 몫이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로서 지금의 이 사태를 계파적 시각만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도 한 번쯤 돌아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눈길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 공천에 쏠려 있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일어나고, 당 내외에서 "설마" 했던 사람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영남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물갈이를 원하고 있었다. 만약 이번 한나라당 영남 공천이 좋은 게 좋은 식으로 이뤄졌다면 한나라당이 전국의 선거에서 감당해야 했을 피해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친이 쪽에서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대위원장, 유세단장, 수행실장, 특보단장이 모조리 탈락했다. 그쪽에서도 희생과 아픔이 있었다.
정치는 지역구 공천자 머릿수를 더하는 산수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때 그 결정과 선택이 민심을 얻었느냐 잃었느냐다. 세력이 아무리 커도 그 세력이 민심을 등지는 순간, 구멍 난 풍선이 되고 만다. 지금 영남권 의원을 많이 바꿔야 한다는 것은 그 지역의 민심이고 국민적 민심이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의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자명하다. 박 전 대표는 아무리 어렵고 괴롭더라도 정치의 대국을 보고 당장의 손해와 피해 계산을 넘어서서 국민이 원하는 길, 국민이 가라는 길로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