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12일 서울 동작을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당산동 당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미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로부터 기자회견 내내 비아냥을 받는 등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더구나 이 지역 의원으로 통합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하고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의원이 정 전 장관의 기자회견에 동행하면서 예비후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정 전 장관이 당사 기자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예비후보들과 지지자들은 야유를 보냈다.

    "당을 살려야 할 것 아닙니까" "당이 국민의 지지를 못 받게 되면…" 등의 발언으로 정 전 장관의 회견을 가로막자 정 전 장관은 단상에 오르고도 잠시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 이 의원이 정 전 장관 옆에 서자 다시 "이계안 의원은 탈당했잖아. 왜 남의 당 공천에 관여하나. 왜 탈당자가 남의 당 공천에 나서냐"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가벼운 몸싸움도 벌어졌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마이크를 잡은 정 전 장관은 "이번 총선은 양당제도를 복원해서 우리 정치가 두 발로 서고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면서 "나는 당이 권유한 서울 남부벨트 지역에 출마해 이 지역에서 의미있는 의석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밝혔다. 곧바로 이 의원이 정 전 장관 지지 의사를 밝히자 예비후보자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올랐다. 그러자 정 전 장관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많은 기자 분들이 '출마를 하느냐', '지역이 어디냐' 전화도 많이 했고, 내가 시원스럽게 대답을 못해 미안하다"면서 "사실 대선에 패배했던 후보로 백의종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왔으나 당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 속에서 당이 필요하다면 수도권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구는 당에서 정해달라고 했다. 당과의 협의를 기다려왔고 당에 협의를 촉구하기도 했다"고 말한 뒤 "그러나 협의는 하지 않았다"고 출마 과정을 털어놨다.

    그는 "오늘 아침에 손학규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동작을 출마에 대한 당내 일부 비판에 반격한 셈인데 정 전 장관은 "출마 문제로 더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손 대표가 자신은) 서울 북쪽을 맡을테니 남부벨트를 책임져 의미있는 의석을 만들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당의 요구에 따라 지역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서울 남부 지역은 지난 선거 때 열 명이 넘는 의원들을 당선시켰지만 지금은 어느 한 곳도 녹록한 곳이 없다"면서 "(서울에서) 최소한 3분의 1 이상, 견제 야당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목표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기자들의 추가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당사를 떠나는 순간까지 정 전 장관은 예비후보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백계문 예비후보는 이동하는 정 전 장관에게 "물어 볼게 있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백 후보는 "지도자는 당에 감동을 주는 선택을 해야한다" "당신은 비겁한 지도자야" "이계안 의원은 왜 와 있느냐"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불만을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