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출마를 이미 지난 10일 공언한 바 있다. 손 대표는 당시 부산을 찾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적극 나서겠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가 필요한 곳은 내가 스스로 찾아 나서겠다"며 지역구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럼에도 이번 손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은 전격적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먼저 서울 출마의사를 밝힌 만큼 두 사람의 출마 지역은 양자회동을 통해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손 대표의 선언에 정 전 장관과의 사전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 측은 "조만간 보자고 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 같다"면서 손 대표의 이번 발표가 사전교감없이 이뤄진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손 대표가 먼저 치고 나온 셈이다.

    더구나 손 대표가 정치 1번지라 불리며 상징성이 큰 종로를 택했으니 정 전 장관 역시 이에 못잖은 지역구를 찾는 고민을 해야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이 때문에 정 전 장관 측은 손 대표의 이번 종로 출마에 내심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정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사견이지만 (손 대표의 종로 출마가) 이해되는 부분은 있다. 당신(손 대표)이 대표인데 이미지나 이해득실을 생각하지 않았겠느냐. 그런 측면에서 결정한 것 같다"면서도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이) 오늘쯤 보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던 것 같은데 일정 조율이 잘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까지만 해도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의 서울 동반출격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언론에선 손학규-중구, 정동영-종로 출마 시나리오가 보도됐다.

    한편 손 대표는 이날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할 것을 국민에게 말씀 드린다"면서 "서울 종로구 출마를 통해 당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이명박 1% 특권층 정부의 독선과 횡포를 막아내는 수도권 대오의 최선봉에 서서 싸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50년 전통의 정통민주세력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고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막 산소호흡기를 뗀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대표로서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종로 출마배경을 설명했다. 손 대표는 이어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정부가 탄생한 지 석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국민은 벌써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고 있고, 이 정부가 일반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1% 특권층을 위한 정부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정부가 이미 보이고 있는 오만과 독선을 견제할 우리의 역할과 사명을 느낀다"고 역설한 뒤 "50년 민주세력 정통야당을 살리고 서민을 대변하는 건강한 야당을 세울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