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민주당의 1차 공천자 명단이 나오면서 민주당도 공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랐다. 그동안 여론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공천심사위원회의 위상도 흔들릴 태세다. 10일 공심위는 단수지역 55명의 명단을 확정지었다. 명단 발표 여부를 두고도 이견이 컸는데 당 지도부는 명단을 개별 통보하되 공식 발표는 미루는 쪽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11일 명단은 언론에 공개됐다. 그러자 명단 공개 연기를 주장한 박상천 대표 측이 반발하고 나섰고 55명의 1차 공천자 중 현역 의원 38명 전원이 공천에 포함되는 등 '공천혁명'에 흠이 생겼다. 현역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다수가 열린우리당 출신이란 것이 문제가 됐다. 그동안 공심위가 제시한 공천 기준에서 크게 벗어난 인사들도 대거 포함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대선 패배 뒤 언론을 통해 탈당 의사를 밝혔던 의원들이 공천을 받았다. 당 정체성에 반하는 인물은 배제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라크 파병 연장에 찬성한 의원들도 포함됐다. 당 여성위원회는 여성 배려가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재승 위원장에게 공개토론을 요구한 김민석 최고위원은 11일 "박 위원장이 내놓은 1차 공천자 명단에는 역대 열린우리당 의장들과 총리의 이름이 줄줄이 있다"면서 "박 위원장의 정체성은 '도로 열린우리당'이냐"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연 박재승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어제 (1차 공천자 명단이 어떻게) 언론에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민주당 공천심사 1차 내용은 단수 신청 지역에 대한 결과"라며 "그것을 보고 언론에서는 '뭐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고 말하는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어떻든 (공심위는) 애초에 생각대로 그 기준에 의해서 좋은 후보를 국민 앞에 제시할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된 명단에 대해 당내에서는 부적절한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박 위원장은 "누구를 말하시는지 대충 짐작이 가지만 (공천심사) 기준에 걸리지 않는다. 형이 확정되지 않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면서 "그래서 그 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형이 확정되면, 만약에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고 그때 가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단수신청 지역이고 해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공천의 화약고인 호남 지역 심사 결과는 12일 경 발표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박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오늘내일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