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휘두르는 공천 칼에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 탈락하면서 통합민주당의 공천은 겉보기에 매우 화려하다. 여론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과 달리 속사정은 다르다.

    민주당은 아직 1차 공천심사 명단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6일 오후 공표될 명단은 10일까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번 주에는 화약고인 호남지역 공천발표가 예정돼 있다. 호남에서 30% 현역 의원 물갈이 방침을 밝힌 터라 여론을 등에 업은 '박재승 발(發)' 공천혁명도 후유증을 비껴가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텃밭인 호남에서 어떤 공천결과를 내놓을지도 지금의 상승 분위기의 지속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과 공심위의 고민은 크다.

    1차 공천자 명단 발표가 연기되는 것은 당 지도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1차 공천 대상자는 단수지역 71곳에 대한 심사 결과인데 지역은 수도권이다. 이곳은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마땅한 인물이 없어 심사에서 최하 평점을 받은 현역 의원도 공천 경쟁자가 없다는 이유로 '적격' 판정을 받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당 내부에선 성에 안차는 명단을 발표할 경우 박 위원장의 공천혁명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동은 박상천 대표가 걸었다. 그는 명단을 보고 이대로 발표하면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얘기를 들을 수 있으니 호남 물갈이 공천과 함께 발표하는 게 낫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경우 공천발표는 더욱 더뎌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공천의 핵인 호남 지역 공천은 이제야 후보 압축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앞으로 여론조사도 해야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선도 검토하고 있어 당의 계획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공천이 지연되면서 예비후보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운동을 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불만인데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손학규 대표는 공천 미확정된 수도권 일부 단수후보 지역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하며 사실상 선거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 위원장은 10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호남지역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고 며칠 후가 돼야 2차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금주 중반을 넘어야 일부라도 결과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