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다. 자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금고 이상의 형 확정자 전원을 공천 배제하기로 기준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경쟁력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공천에서 탈락한다.

    손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DJ)에게는 고개를 숙였다. 4·9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텃밭인 호남을 지키기 위해선 DJ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DJ 차남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탈락하게 되면서 DJ와의 관계가 껄끄럽게 됐다. 더구나 자신이 임명한 신계륜 사무총장조차 공천이 어렵게 된 상황.

    손 대표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인데 대표까지 난처하게 만들어선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고 "공심위원은 심사 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당은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데 뒷수습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푸념도 늘어놨다. 당 지도부의 유감 표명과 탈락 대상자의 강한 반발에도 박 위원장은 아랑곳않고 공천 심사를 시작했고 수도권에서도 현역 의원 30%정도를 물갈이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강공으로 맞서고 있다.

    탈락자들은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며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이 경우 당의 총선 전략은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손 대표의 고민이다. 공천쇄신이란 명분은 얻었지만 실제 총선 득표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우려다. 손 대표는 사흘째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4일에는 보건의료계 대표자 간담회를, 5일에는 당 행사인 새정치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새정치 전진대회'에 불참했고 6일에도 참석을 계획했던 방송기자클럽회장 이·취임식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현재 손 대표는 모처에서 공천문제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우 대표 비서실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일정취소와 관련, "뭐 어떤 이유겠느냐"면서 "요즘 여러가지 당 내부 문제나 이런 것들을 생각할 게 있고 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모처에 있다"고 밝혔다. 전날 공심위의 결정에 대해 최고위원회에서 이미 밝힌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했지만 "어제 상황은 공심위가 지도부와 충분히 교감을 한 상황이 아니기에 최고위원회에서도 걱정하는 바가 있다"며 내심 불만을 내비쳤다.

    당 내부에서는 "손 대표의 자승자박"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당장 총선 전략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오히려 손 대표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는 전망을 한다. 대선 참패 뒤 벼랑 끝에서 있으므로 대폭적인 물갈이를 해야했고 이번에 공천 배제된 인사들의 공천탈락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총대를 대신 멨으니 손 대표로선 실 보다 득이 많다는 것이다. "손 안대고 코 푼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 비서실장은 "대표의 입장은 그것(최고위원회가 밝힌 '유감'이란 입장) 이상으로 확대해석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