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고이상 형이 확정된 자는 심사에서 제외하겠다"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4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공천심사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부정·비리 연루자 공천기준을 발표하기로 했던 날이었는데 박 위원장은 작심한 듯 "큰일에는 억울한 사람의 희생도 밟고 가는 게 역사"라며 부정·비리 연루자 공천배제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무려 25분간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다짐대로라면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비서실장은 물론, 손학규 대표가 임명한 신계륜 사무총장, 노무현 전 대통령 최측근 안희정씨 등을 포함해 정계 복귀를 노리는 야당 거물급 인사 모두가 공천에서 배제될 것으로 전망돼 '박재승 발 공천혁명'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에서 실세로 활동하다 정치자금 문제로 사법처리를 받았던 인사들 역시 공천이 어렵게 됐다.

    박 위원장은 가장 민감한 당규 14조 5호(비리 및 부정 등 구시대적 정치행태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사는 공천심사에서 제외) 규정을 언급했는데 그는 "(이 규정은) 심사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머스트'(must 해야 한다)를 준 것"이라며 이 당규를 엄격히 적용할 뜻을 밝혔다. 또 "뇌물죄, 알선수재, 정치 자금, 파렴치범, 개인 비리, 공금 횡령 등 기타 모든 형사범을 포함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자는 심사에서 제외한다는 게 내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공천기준에 근거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참패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4월 9일 총선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민주주의는 다시 시련을 겪게 된다"면서 "견제세력이 없는 국가는 반드시 절대권력이 되고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오만해진다. 견제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민이 피해를 보게 돼 있고 이 피해는 야당이 막아야 하며 야당의 존재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 뒤 "민주당은 자기 임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 국민 뜻과 맞는 후보를 내야 견제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민주당 공심위의 정체성"이라고 규정했는데 박 위원장은 "이 정체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면 이 공동체에서 나가야 한다"며 초강수를 던졌다. 

    그는 공심위원들에게 "이 논리에 반대 논리를 펴실 분들은 그 논리를 반박하라"고 했지만 곧바로 "여기 12명이 앉아있지만  지성인 아니냐.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직시하고 있다면, 국민 뜻을 헤아릴 줄 안다면 내 말에 공감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반대 논리도 자신에게 발언권을 얻은 뒤 말하라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이 기준을 놓고 보면 물론 희생자가 나오고 억울한 사람이 나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대의를 놓고 갈 때는 항상 억울한 사람이 나오고 큰일에는 억울한 사람의 희생을 밟고 가는 게 역사"라고 강조한 뒤 "아까운 분들 많이 계시고 '어쩌다 법에 걸렸다'는 말도 맞지만 당이 살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 한번쯤 희생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18대 국회에 들어가는 것 못지잖게 훌륭하게 평가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거물급 인사들의 자기 희생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