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 출범 1주일.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민을 모시는 정부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입모아 말한다. 과거 청와대의 모습에서 권위를 버리고 실용을 좇는 과정을 '창조적 격식 파괴'라고 청와대측은 설명했다.

    3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장에서는 달라진 청와대의 모습이 확인됐다. 15인 국무위원들은 회의에 앞서 회의장인 세종실 앞에 마련된 티 테이블에서 직접 인스턴트 커피를 타 마시며 환담했으며,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 대신 원형 테이블에서 얼굴을 마주한 채 회의를 했다. 국무위원들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테이블 가운데 있던 모니터도 빼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각형 끝자리가 아닌 원형의 가운데서 회의를 주재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당초 예고처럼 형식뿐 아니라 내용도 실용적, 실무적으로 진행됐다. 진지하면서 격의없이 토론했으며, 지시를 받고 이행하거나 보고하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서로 편하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비서관들이 근무하는 여민관 내부에 있던 칸막이도 치워버렸다. 회의실 의자 역시 크고 딱딱한 고정형 의자에서 바퀴가 달린 기능성 의자로 바꿨다. '일'을 우선한다는 취지다.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자리에만 어른 허리 정도까지 오는 반투명 칸막이가 허락됐다. 과거 비서관은 독립된 별도의 집무실을 갖고 있었다. 이 대변인은 "모두 오픈된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마치 일반 기업의 업무공간을 연상케할 것"이라며 "협업과 소통이 가능한 구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한 비서관은 "비서관실 내부의 칸막이 뿐 아니라 정무1 비서관실과 정무2 비서관실 등 유관 비서관실의 벽을 없애 협업이 되도록 하자"고 건의했고 이 대통령은 "참으로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고 한다. 이 대통령은 또 "청와대에 들어와보니 비효율적인 것이 많다. 회의실 탁자도 로마시대 가구같다"고 지적했었다.

    대통령 부부 호칭에서 '님'자도 빼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로 호칭을 정리했다는 박재완 정무수석비서관의 보고에 이 대통령은 "이제야 보고하느냐"고 농담하면서 "합리적 기준으로 해라. 격식을 차릴 것 없다"고 즉석해 수용했다고 한다.

    2일에는 청와대 경내를 둘러보며 '비효율적'인 부분을 이 대통령이 직접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효자동 사랑방과 기념품 판매점을 살핀 후 "사람들이 많이 오는 주말에 문이 닫혀있다. 기념품 판매도 일요일 4시까지만 하면 관광객들이 불편하다"고 지적하면서 "청와대를 서울의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효자동 사랑방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 4시까지만 개방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 또 기념품 판매시간은 평일은 오후 5시까지, 토·일·공휴일은 오후 4시까지다.

    기념품 판매점에서 물품을 살펴보던 이 대통령은 "청와대와 관련된 물건들은 없나. 청와대 마크 등이 새겨져 있는 그릇을 팔아야 (관광객이) 사가지 그냥 그릇을 사겠나. 그래야 관광객들이 청와대 온 기념이 될 것 아닌가"라고 말했고, 판매직원은 "청와대 관련 물건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비자 중심의 CEO 대통령 면모"라고 말했다.

    반면 '일복'이 터진 청와대 직원들의 고충은 늘어났다. 이 대통령은 잘 알려져 있듯이 취침 시간과 관계없이 새벽 5시에 기상해 일과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 8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위해 청와대 직원들은 대부분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한다. 물론 퇴근시간은 정해진 바 없다.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서 "청와대를 떠나는 마지막 통근버스 시간(9시 10분)이 너무 일러 불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개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하는 상황이다. 평소 직언을 잘하는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대통령이 하루 4시간밖에 안 자니 아래 직원들이 힘들다. 휴일에는 좀 쉬고 퇴근 시간이 넘어서면 본관 건물에 남지말고 관저로 퇴근하시라"고 이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했지만, 이 대통령은 웃으며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한 전직 공무원은 "인수위원회에서도 '노 홀리데이(No Holliday)' 선언을 하는 등 지나친 긴장이 부정적 결과로 나타난 면이 있었다"면서 "속도조절이 필요하지 않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