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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일자 사설 <민주당 '박재승 공천 혁명'을 지켜본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박재승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한다. 대한변협회장을 지낸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지난 24일 취임하자마자 "국민의 뜻을 유일한 공천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내가 누군데…"하는 당내 어떤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고 공천을 통해 당을 완전히 쇄신하겠다는 선언이었다.박 위원장은 27일에는 "(민주당 호남 의원 교체율이)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 때) 영남에서 했던 것처럼 40%를 넘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호남 현역의원 29명 중 12명 이상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호남지역에 안주해 의원 배지 달 생각을 말라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또 당 지도부를 향해 "당원들은 쇄신 대상이 되는데 자기는 편하게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지도부가 먼저 지역 기득권을 버리고 수도권 선거구에 몸을 던지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의정활동에서 쓴 언어를 중시하겠다. 아주 역겹고 과격한 언어를 쓴 사람들은 가정교육이 안 돼 있다고 본다" "(비리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안 된다는) 원칙을 충실히 적용해야 한다"고도 해왔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 중에는 이런 말에 가슴 뜨끔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공천심사위는 전체 위원 12명 중 박 위원장이 직접 고른 당 밖 인사가 과반인 7명이다. 민주당은 최근 만든 당규에서 당 지도부가 공천심사위 심사 결과를 원안대로 확정하도록 의무화했다. 박 위원장이 요구해 관철시킨 것이다. 결국 박 위원장이 내세운 '기득권 불인정' '호남 의원 대폭 물갈이' '부정·비리 관련자 공천 불가' '중진들의 비례대표·호남 안주 배제' 원칙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이다.
박 위원장의 소신대로 된다면 민주당엔 공천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호남 터줏대감들이나, 막후 실력자를 배경으로 동원하려던 사람들로선 저승사자를 만난 격이겠지만 국민들에겐 시원한 소나기 같은 일이다. 민주당이 대선 참패를 딛고 기사회생할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민주당 공천 혁명은 친 이명박, 친 박근혜계가 나눠먹기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에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