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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10시 55분경. 여의도 국회 정문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취임식장 곳곳에 마련된 대형 화면에 나타나자 5만여 참석자 사이에서 새 대통령을 반기는 박수와 환호가 일제히 터져나왔다. 이 대통령은 당초 네티즌 투표에서 한복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높았지만, 국제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검은색 양복과 연록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대신 부인 김윤옥 여사는 밝은 연두 빛깔의 단아한 한복 차림이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식에 앞서 국립 현충원 참배를 마쳤다. 이 대통령은 순국선열 앞에 묵념한 후 대한민국 새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섬기며 선진일류국가를 만드는 데 온몸을 바치겠습니다"는 다짐을 방명록에 남겼다.
과거 대통령이 승용차로 국회 안까지 도달했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은 정문에서부터 약 8분간 걸어 연단으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환호하는 국민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거나 가벼운 목례로 인사했다. 이 대통령의 모습을 담으려는 휴대전화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 세례도 이어졌다.
중앙 무대에 오르기까지 행사장 화면에 이 대통령이 나타날 때마다 국민들은 손모아 희망찬 표정으로 박수를 보내며 새로운 대한민국에 기대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무대에 오른 뒤 잠시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전직 대통령, 국내외 내빈들과 인사를 나눴다. 국민의례 시간, 나란히 선 이 대통령과 김 여사가 애국가를 힘차게 따라 부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식사에서 "오늘은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날"이라며 "이 대통령의 새로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번영을 이룩해줄 것을 믿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취임선서를 하는 순간, 취임식장은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이 대통령은 오른손을 들고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다짐했고 선서를 마치자 새 대통령을 환영하는 우레같은 박수가 취임식장을 뒤덮었다. 이 대통령은 3군 의장대와 군악대의 사열을 받았으며, 동시에 21발의 예포가 새로운 국군통수권자를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고 각자가 스스로 자기 몫을 다하며 공공의 복리를 위해 협력하는 사회, 풍요와 배려와 품격이 넘치는 나라를 향한 장엄한 출발을 선언한다"며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을 선포했다. 그는 "우리의 시대적 과제, 대한민국 선진화를 향한 대전진이 시작됐다"면서 "기적은 계속되고 신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소리높였다. 취임사를 마무리한 이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곧이어 정명훈씨가 지휘하고 서울시향과 연합합창단이 연주한 베토벤 9번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지면서 취임 행사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연단에서 내려와 김해 봉하마을로 가는 노 전 대통령을 환송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은 아니지만 대통령 전용차를 타고 KTX편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했고, 이 대통령은 손 흔들어 떠나는 이에게 인사를 보냈다. 이 당선자는 입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국회 정문까지 행진하면서 '국민성공시대'를 위한 힘찬 출발을 알렸고, 곳곳에서 "이명박 대통령 만세"라는 함성이 나왔다.
이날 취임행사는 "국민을 섬기고 검소한 취임식이 되길 바란다"는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치러졌다. 취임준비위원회는 새 대통령과 국민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기 위해 종래 '일(一)자형 연단'을 'T자'로 바꿨으며 연단의 높이도 과거보다 1m 가량 낮춘 2m로 했다.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식전행사와 공식행사에 등장한 배우들도 기존 복장을 그대로 사용했다. 국민대표와 장애우들을 위한 좌석배치도 돋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