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합민주신당 김한길 의원의 불출마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구로을 지역이 4월 총선의 최대 명승부 선거구로 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대통령직 인수위 여성 전문위원이자 ‘여성 이명박’으로 불리는 조은희 양성평등실현연합 공동대표가 인수위의 자존심을 걸고 출마선언을 한 데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동영 전 대표나 강금실 최고위원 등 거물급 인사를 공천할 가능성이 높아 뜨거운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강 최고위원이 출마할 경우 전국에서 드물게 여성끼리 빅 매치를 벌이게 되는 터라 그만큼 관심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구로을은 과반 의석을 노리는 한나라당과 수성을 외치는 신당 사이에 물러 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조 위원의 출마가 주목을 받는 것은 한나라당에서 보기 드문 도전 정신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역대로 여성 출마자를 서울 강남권 등 안전한 지역에 배치해왔다. 여성 출마자들이 상대적으로 파이팅 정신이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위원은 한나라당에서 이례적으로 ‘비단 방석’을 걷어차고 ‘가시 방석’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71명의 인수위 전문위원 중 유일한 여성 전문위원으로서의 기득권을 주장할 수도 있었지만 전통적인 한나라당 열세지역으로 꼽히는 구로을을 선택했다. 구로을은 서울에서도 특히 호남권 유권자가 많은 지역이다. 인수위에서는 전문위원급 이상 여성 4인방중 이경숙 인수위원장과 이봉화 인수위원은 비례대표로 거론되고 있고, 진수희 위원은 현역 의원의 프리미엄을 업고 서울 성동갑에 출마한다.
     
    대선 '마사지걸' 발언 파문때 이명박에 "좋았어" 칭찬 받아 

    조 위원은 이명박 캠프의 양성평등본부 수석부본부장 출신으로 특유의 추진력으로 짧은 시간동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은 경우에 속한다. 조 위원은 대선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 ‘마사지걸 발언’ 대책을 논하면서 자신의 논리를 끝까지 내세워 결국 이 당선자부터 “좋았어”라는 칭찬을 받을 만큼 당찬 여성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경향신문 출신인 조 위원은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을 지냈으며 영화,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 육성으로 아시아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기반을 조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이 지역의 가장 유력한 구도는 조 위원과 강금실 최고위원의 대결구도로 전망되고 있다. 신당 일부에서는 비례대표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강 위원을 텃밭인 이곳으로 출마시켜 한 석이라도 더 건져야 한다는 ‘징발론’이 제기되고 있다. 1999년 이 지역 보궐선거에서 남편을 대신해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신행 전 의원의 부인 이름이 ‘조은희’였던 것도 흥미롭다.

    구로을 선거구는 신도림역을 중심으로 테크노밸리로 전환되고 있는 쾌속의 발전 지역이다. 신도림역 일대의 아파트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을 만큼 변화의 중심에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정치적 성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신당의 텃밭이라고 하지만, 지난 15대 총선에선 한나라당 이신행 의원이 당선되는 등 한나라당에 완전히 불리한 지역만은 아니다. 구로을은 특정 정당에 고정적 지지를 보이기보다는 인물 위주의 투표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신 선거 때마다 당선자가 바뀔 만큼 새 인물에 대한 욕구가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들은 바로 옆 양천구 목동과 비교하며 상대적 열등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의 정서는 지역발전을 꾀할 힘있는 여당 의원의 출현을 원하는 기류와 신당 지지 성향으로 갈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