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가까이 전개되어 온 치열한 선거전은 끝났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이명박 당선자에게 부여된 짐은 무겁기만 하다. 충실한 준비를 통하여 성공한 정권을 만들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명박 당선자는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대체로 봐서 ① 경제의 선진화와 삶의 질의 선진화, ② 긍정의 정치, ③ 효율과 쇄신의 정부, ④ 기초질서와 법질서의 확립, ⑤ 창조와 실용의 리더십, ⑥ 국민 통합 등이 중심 내용이다. 이 중에서도 ‘화합 속의 변화’가 키 워드(key word)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정 운영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전적으로 이명박 당선자의 리더십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것이다. 그래도 이명박 당선자가 경험이 풍부하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구상을 비교적 흔들림 없이 잘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봄직하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 네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과의 소통 문제이다. 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들의 실패는 주로 ‘소통의 실패’였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오만과 독선’이다. 정부와 대통령이 내놓는 정책과 메시지는 늘 일방향적인 것이었고, 국민들은 여기서 실망하고 등을 돌렸다. 비슷한 맥락에서 역대 정부들은 언론의 비판을 달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언론을 탄압하는 편이었다. 그러면서 쓴 소리를 하는 참모보다는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 참모들을 중용했다. 그래서 구중궁궐(九重宮闕) 안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없었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여러 파워 블록(power bloc)과의 관계 설정이다. 야당, 기업, 시민사회, 노동계 등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여러 파워 블록과 수평적이고 소통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이다. 야당에 대해서는 ‘화합’을 말했기 때문에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다만, 지독한 야당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적·도덕적 헤게모니’가 중요한 열쇠이다. 특히 고려해야 할 것은 노동계와의 관계이다. 노-사-정 대타협인가? 아니면 대처리즘의 발현인가? ‘법질서 확립’과 ‘노사 평화’라는 원칙을 모두 지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셋째, 정부의 혁신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효율과 쇄신으로 신뢰를 높이겠다”고 했다. 서울특별시장 시절 모범적인 시정 운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명박 당선자이기에 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도 큰 편이다. 다만, 서울시정의 개혁과 달리 정부의 혁신은 제도의 변화를 전제하고 있고,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큰 후유증 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당선자의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국민적 명분의 확보가 선결 과제일 것이다. 특히 정부의 혁신 가운데 방만한 국가 재정의 개선은 시급을 요하는 과제인데, 이것은 국회의 협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넷째, 한나라당의 개혁이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당선자의 구상을 얼마나 도와줄 수 있을지는 솔직히 미지수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가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무능력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국정 주도 세력으로서 거듭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이명박 당선자는 누차 ‘여의도식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여의도식 정치가 무엇인가? ① 높은 비용에 비해 대단히 낮은 산출의 정치, ② ‘미래의 창’을 향하기보다는 ‘과거의 덫’에 빠져 있는 정치, ③ ‘긍정의 힘’이 아니라 ‘부정의 힘’이 지배하는 정치, ④ 경세제민(經世濟民)으로서의 정치는 보이지 않고 권력투쟁으로서의 정치만 난무하는 정치가 바로 ‘여의도식 정치’이다. 이 점에 관한 한 한나라당도 예외일 수 없다. 환골탈태가 불가피하다.

    이 밖에도 이명박 당선자가 유념해야 할 점이 많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명박 당선자는 단임 대통령으로서 5년 후를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바꿔 말해서, 당파성을 버리고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숱한 고난 속에서 터득된 그의 위기 관리 능력, 많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 그의 문제 해결 능력, 무엇보다도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그의 신념과 집념에 큰 기대를 걸고 싶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할 수가 없다. 이명박 당선자를 도울 참모들과 한나라당이 새로운 각오와 작풍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