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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사건과 관련, 5일 검찰의 중간수사발표를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통합신당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마지막 희망처럼 여겼던 BBK 사건이 의도와 달리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통합신당은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특별검사제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자칫 정치공세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탓에 하루 만에 일단 검찰수사 발표를 지켜본 뒤 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전 특검추진이 이 후보의 무혐의를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5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검찰의 발표를 하루 앞둔 4일 오전 통합신당은 불안한 당 내부 분위기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선대본부장단 회의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정대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BBK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발표를 앞두고 몇 가지 우려스러운 사항이 있다. 검찰 일부에서 이명박 후보가 마치 BBK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수사 결과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셈이며 자신들의 특검추진에 대한 명분 쌓기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많은 국민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하고 부정적인 상황이다. 국민 기억 속에서는 아직도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인식이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한 뒤 "그런 기억이 지워지지도 않기 전에 또 다시 권력에 줄서기를 한다면 국민의 분노를 자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위원장은 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내놨다. 그는 "저희 당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검찰이 이번 수사결과를 사실대로 발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 많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할 것으로 믿는다'는 그간의 주장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통합신당의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결과에 사실대로 발표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사실대로 발표할 수 없을 것'이란 응답이 47%로 '사실대로 발표할 것'(36.9%)이란 답변보다 많았다.
정 위원장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국민 여론이 검찰을 아직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저간의 사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수사결과 발표를 두고 누구의 눈치를 제일 많이 볼 것인가'라는 설문에는 이명박 후보의 눈치를 제일 많이 본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명박 후보의 눈치를 본다'는 응답이 28.3%로 가장 많았고 '국민여론'(21.8%), '범여권'(12.4%), '노무현 대통령'(11.5%) 순이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검찰이 BBK 사건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검찰의 부실수사를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동안 이명박 피의자의 대리인인 김백준씨가 김경준씨의 귀국을 방해하는 바람에 이번 수사기간이 짧아졌고 이처럼 물리적으로 촉박한 시간에 검찰이 최선을 다한다 해도 모든 것을 다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적으로 이명박 후보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신당은 5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뒤 당 긴급의총을 소집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인데 삼성비자금에 대한 특검에 이어 대선을 코앞에 두고 BBK 사건에 대한 특검을 추진할 경우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어 고민이 큰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