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K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인물인 김경준(41)씨의 구속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고 수사의 성패를 가를 이른바 `이면계약서'의 진위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씨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사건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최재경 부장검사)은 김씨의 구속기한을 25일에서 열흘간 연장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 검사는 "김씨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유로 구속시한 연장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허가 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시한 연장을 통해 2차 구속 만기인 다음달 5일까지 안정적으로 김씨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 후보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각종 거래의 실체를 집중적으로 규명한 뒤 사건을 일단락 지을 계획이다.

    토요일인 이날 수사팀은 전원이 출근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날 자정께까지 집중 조사를 받았던 김씨는 이날 오후 검찰에 다시 소환됐다.

    특히 수사팀은 전날 입국한 김씨의 모친으로부터 제출받은 소위 `이면계약서 원본'을 대검 문서감정실과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보내 계약서 상 이 후보의 것으로 나타나 있는 인감도장과 영문서명을 정밀 감정하고 있다.

    이 후보가 2000년 2월 김씨에게 BBK 주식 61만주를 50억원에 판다는 내용을 담은 이 계약서가 진짜라면 이 후보가 주가조작 사건의 몸통이 됐던 회사인 BBK를 소유했었다는 의혹이 사실이 된다.

    한나라당은 "이 도장은 이 후보의 인감이 아니다"며 행정당국에 신고한 실제 인감 등을 공개했고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원본 상의 도장과 동일한 도장을 이 후보가 2000년 6월 금감원에 증권업 예비허가 신청을 내면서 사용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양측이 인감도장의 진위를 놓고 다른 주장을 하며 내놓은 근거 자료들을 분석하면서 이 도장이 진짜 이 후보의 것인지를 조사 중이다.

    감정을 의뢰받은 대검 등은 필체 분석 등을 통해 영문서명이 실제 이 후보가 다른 계약서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지 살펴보는 한편 인감도장의 진위 판정을 위해 행정청에 신고된 인감 및 금감원 신청 서류에 찍힌 도장 등과 대조하고 있다.

    또, 서명을 적고 도장을 찍는 과정에서 종이가 눌린 정도를 분석해 대조본과 유사한 지를 비교하고 문서가 계약일에 작성된 것이 맞는지를 보기 위해 계약서의 지질(紙質)도 분석하고 있다.

    계약서에 나온 주식거래가 허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은 "세무당국에 따르면 이 후보에게 BBK 주식은 단 한 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주식거래가 발생조차 안했다는 입장인 반면 신당측은 계약서 작성 1년 후 실제로 이 후보 계좌에 50억원이 입금됐다며 계약 내용이 실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계약서에 나온 50억 상당의 BBK 주식거래가 사실이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계약서를 검토하고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 이동 경로를 살펴보고 있다.

    수사팀은 전날 이 후보가 차명소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인 ㈜다스의 사장 김성우씨를 불러 새벽까지 조사하면서 이 회사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경위와 회사 소유관계 등을 집중 추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지난 19일 동생에게 우송한 서류박스 내용물은 미국 법원에서 김씨가 ㈜다스 등과 벌인 민사소송 기록 등 소송관련 서류가 대부분이며 일부는 김씨가 직접 검토한 뒤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오재원 변호사는 "서류박스에는 영어로 된 사건기록들이 많이 들어 있고 검찰에서도 상당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김씨가 직접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