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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이명박계’와 ‘친(親)박근혜계’로 나뉘어 극렬하게 싸웠던 경선이 끝난 지 두 달이 넘은 한나라당내 다시 ‘분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밖에서는 ‘BBK 주가 조작 사건 이명박 연루 의혹’ 등에 대한 대통합민주신당의 공세가 연일 강화되고 있지만 한나라당내는 ‘이회창 대선 출마설’에 이어 ‘친이 vs 친박’의 갈등까지 재연되는 모습이다.
결전의 날인 대선은 50일 남았다. 그 어느 때보다 단합해 ‘외부의 적’과 싸워야 하는 시점이지만 한나라당은 단합은커녕 지도부에서조차 고성이 오가는 ‘싸움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 의원들의 시선이 ‘대선’이 아닌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 고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는 13개월째 50%대의 지지율을 넘나들고 있는 이명박 대선후보의 고공행진도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통합신당 대선후보 확정, 2차 남북정상회담 등 대선 판세를 흔들 여러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를 20%P이상 벌리며 독주하면서 당내에는 ‘끝난 게임’이라는 인식이 퍼져 의원들의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내년 총선 공천권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회창 대선 출마설’에 ‘이회창-박근혜 연대설’까지 제기되면서 당내 ‘화합’이 이 후보가 해결해야할 제1의 과제로 떠올랐지만 이 후보의 측근들의 입에서는 ‘화합’과는 거리가 먼 발언들이 나와 친박 세력을 자극하고 있다. 경선 직후 친박 진영에게 “반성해야 한다”고 해 논란을 불러왔던 이재오 최고위원은 29일에도 “당에 이명박 후보를 대표선수로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 이들을 좌시하지 않겠다” “한쪽(이 전 총재)에선 출마한다고 하고 한쪽(박 전 대표)에선 자파 모임 산행에 참석하고 있는데 지도부(강재섭 대표)가 이런 것을 계속 방치해도 되느냐” 등 친박 세력을 공격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당내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강재섭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최고위원의 발언을 정면 반박하고 비공개회의에서 밖으로 고성이 다 들릴 정도로 책상까지 치며 설전을 벌인 것도 내년 총선 공천권을 염두에 둔 당 주도권 다툼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최고위원의 발언에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박 전 대표 경선 캠프 정책총괄메시지단장을 맡았던 유승민 의원은 “대선 후 당권을 장악하려는 개인적 야심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 최고위원과 같은 분열주의자, 반민주적 독선가야말로 당 화합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이 후보에게 이 최고위원의 거취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경선 이후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 온 친박 진영은 이 최고위원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
친박 측은 입버릇처럼 이 후보 측의 ‘화합 행보’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다. 박 전 대표가 지난 경선 현장 투표에서 이 후보를 이기며 ‘당심(黨心) 우위’를 확인했지만 이 후보 측이 높은 지지율에 취해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에서 이달 중순부터 실시한 자체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전 대표(대구 달성)와 유 의원(대구동을)의 지역구 조사 결과를 직접 거론한 뒤 “유 의원이 지금 자기 지역구에서 돌아다니면서 ‘이명박 찍으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그런데 박 전 대표 지역은 물론 유 의원 지역구에서도 지지율이 (지난 조사보다) 많이 올랐다. 민심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 진영의 적극적인 도움 없이도 ‘이명박 대세론’엔 문제없다는 뉘앙스다.
같은 날 조선일보-한국갤럽 정기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 지지자의 26.5%가 ‘BBK 의혹 사건에 이 후보 연루됐을 땐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47.6%는 그 이유로 이 후보의 ‘도덕성’(46.4%)을 꼽았다. 현재의 대선 판세를 흔들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이회창 전 총재는 대선후보지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자마자 13.7%의 지지율을 기록(29일 불교방송 조사)했으며 한나라당 자체조사에서도 10% 가량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은 ‘50일이나’ 남았다. 그동안 ‘이명박 대세론’을 꺾을 안팎 요인은 다분해 보인다. 더욱이 의원들의 생사여탈이 결정되는 총선은 대선이 끝나야 온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외치는 한나라당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