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한동안 잠잠했던 ‘술자리·돈선거 파문’이라는 고질병이 재발돼 비상이 걸렸다. 전남도당위원장 경선 금품 수수 논란에 이어 국회 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국감 이후 술자리 파문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26일 과기정위 국감 술자리 파문에 소속 의원이 연루됐다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전남도당위원장 돈 선거 논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의뢰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대선후보가 불법대선자금과 절연하겠다며 ‘클린선거’를 선언한 이후 연달아 터진 악재에 당은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강재섭 대표는 “국감 기간 중에 참으로 개탄스러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과기정위 국감 술자리 파문에) 한나라당 의원이 연루돼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연루된 당 소속 의원이 있다면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충 문책하겠다”고 말했다고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이 전했다. 강 대표는 또 “전남도당위원장 경선과 관련해 금품이 오갔다는 제보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책임을 묻겠다”며 “부패가 당에서 완전히 박멸될 때까지 전쟁을 벌이겠다”고도 했다.

    당 윤리위원회도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갖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인명진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후 가진 국회브리핑에서 “본인들이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징계하는 것은 실질적이나 법리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조사를 더 하고 사실 규명해서 증거가 발견되면 엄중하게 징계하겠다”며 “윤리위 조사에 사법권이 없어서 한계가 있으면 당 지도부와 상의해서 사법 당국에 수사의뢰까지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중징계 입장을 밝혔다.

    윤리위에 따르면 전남도당위원장 경선에 출마했던 정모씨는 윤리위가 2주일전 이번 사건에 대해 제보를 받고 조사에 들어갔을 당시에는 혐의사실을 시인했지만 24일 면담 조사에서는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 간사인 박세환 의원은 “돈을 준 출마자(정모씨)가 돈을 받은 당협위원장 3명에게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했다”며 “그러나 면담 조사에서 (정모씨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은 맞는데 겁을 주기 위해서 쓴 것이라고 혐의 내용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인 위원장은 ‘과기정위 국감 술자리 파문’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연루돼 있는지 확인 중에 있다.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며 “만약 한나라당 의원 중 부적절하게 관여한 의원 있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일벌백계 중징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술자리에 간 혐의가 있는 의원은) 소환하든지 해서 조사하겠다”며 “그냥 두지 않겠다”고도 했다.

    인 위원장은 그러나 “한나라당 보다 다른 당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하더라. 과기정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중 2명이 여성이고 강 대표도 그날 상임위에 참석하지 않았으니까 (술자리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한나라당 의원 숫자는) 줄었다”며 다소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른 당이 하는 것도 좀 봐야 하지 않겠느냐. 저쪽은 개혁정당이라고 하고 우리보고는 수구정당이라고 하는데…”라고도 했다.

    윤리위는 ‘전남도당위원장 돈 선거’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고 조사하던 중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먼저 공개되자 당혹해하기도 했다. 인 윤리위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한나라당에 20일마다 큰 사건이 터지는 ‘20일 주기설’이 있었다. 이제 옛날 얘기가 됐고, 지금은 윤리위가 있는지 없는 지도 모를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돈선거 논란’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돈을 줬다는 정모씨가 혐의 내용을 부인하니까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징계할 수 없게 돼 회의를 연기했다”며 “오늘 아침 윤리위를 소집해 정모씨가 시인했던 내용과 부인했던 내용을 전부 공개하려고 했는데 회의가 열리기 전에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고 설명한 뒤 “언론에 보도 돼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은 부패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해 척결해야 겠다는 의지를 갖고 일을 처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감한 시기이고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한편, 과기정위원장인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감 술자리 파문’에 대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 류근찬(국민중심당).김태환(한나라당) 의원과 술 한 병 시켜서 먹다가 피감기관 사람들이 와서 한잔씩만 더 먹고 헤어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 뒤에는 어떻게 했는지 모른다”며 “상임위에서 회의해보고 법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