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브리핑룸 통·폐합과 취재 통제조치에 대해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해가는 과정일 뿐이므로 (공무원 개개인이) 호불호의 감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모든 부처가 조속히 (통·폐합을) 정리할 수 있게 하라”고 말했다. 정부 모든 부처, 모든 공무원이 취재 통제에 힘을 보태라는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의 대리인인 언론에게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그들의 정부기관과 공무원에 대한 취재를 보장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1만 명 가까운 공무원이 일하는 정부청사에서 기자들을 몰아내고, 공무원과 기자의 접촉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대한 막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지난 5년간의 모든 국정 혼란은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대통령의 이런 도착된 인식에 근본 원인이 있다. 대통령은 “여소야대에선 아무 일도 못하겠다”며 이 야당 저 야당에 연정을 하자고 졸라댔었다. 외국의 대통령들은 여소야대에선 직접 나서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해 정책을 조율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굳이 이런 정상을 외면하고 대통령제와는 어울리지도 않는 비정상적 연정체제에 매달렸다.

    정부청사는 물론이고 공기업 사옥 등은 국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 ‘정상’이다. 외국에서 연관 부서나 연관 기업들을 되도록 한 군데에 모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통령은 공기업들을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지게 해놓아 한전 관련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인·허가를 받기 위해선 한전 상급기관 산자부가 있는 충남의 행정복합도시로 갔다가 한전 관련 업무를 보기 위해서 한전 본사가 있는 전남 나주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어 버렸다.

    실업문제만 해도 민간기업을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늘려 실업자를 흡수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공무원을 늘리고 국가 예산으로 경비를 대는 사회적 일자리를 늘리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 발상 때문에 모든 선진국들이 공무원 감축, 공기업 민영화에 애쓰던 지난 4년간에 이 정권은 6만1000명의 공무원을 늘리고 민영화는 중단시켜 버렸다.

    정상적 교육정책은 학교 교육을 충실히 해 공교육을 되살리는 것이다. 공교육이 충실해지면 사교육도 사라지고 학생들이 사립학교로 쏠리는 경향도 줄어든다. 그러나 이 정권은 공부 잘하는 학생도 졸고 공부 못하는 학생도 조는 공교육은 그대로 두고 학원 단속과 특목고·자사고 때려잡기로 일관했다. 그 결과 작년에만 초·중·고교생 3만여 명이 외국으로 떠났다.

    집값을 잡으려면 시중의 돈을 줄이고 주택 공급은 늘리면서 세금을 보조적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집값을 잡겠다며 5년 내내 ‘세금 폭탄’만을 퍼부었다. 암세포를 죽이겠다면서 사람을 죽여버리는 방식이다.

    민주국가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그 정책은 중지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을 행정복합도시라는 잔꾀로 빠져나가 버렸다.

    이 정권 5년은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를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 세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