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일보 22일 사설 <임기 말 대통령의 '궤변' 퍼레이드>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상한'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노 대통령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영토 개념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지 며칠만에 북한에 대한 6·25 남침 사죄 요구를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평화체제 논의'를 밀고나가기 위해서는 북한에 NLL을 양보하고 사죄 요구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과연 평화가 얻어질까. 설령 평화가 얻어진다 해도 그것이 진정한 평화일까.

    노 대통령은 북한이 패전국이 아니므로 북한의 사과는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정전체제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고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 문책과 사죄 요구가 타당하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그것은 빗발칠 비난을 비켜가기 위한 수사일 뿐 기본적으로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선 사과를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북한이 패전국이 아니라고 치자. 전격 남침으로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데 대한 문책과 사죄 요구가 비현실적이라고 해서 그냥 눈감고 넘어가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정의(正義)나 이상(理想) 같은 가치가 왜 필요한가. 또 사죄도 받지 않고 잘못을 묵인할 경우 똑같은 참극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북한으로서는 과거의 잘못이 정당화되는 만큼 언제든 원할 때는 그 행위의 반복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평화체제를 운위한들 무슨 소용인가.

    아무리 비현실적이라도 국가를 위해 옳다면 현실로 만들어내야 하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대통령의 책무다. 그럼에도 현실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기한다면 임무 유기고 무능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래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마치 '친북 좌파 논객'이나 된 양 '이상한' 발언을 끊임없이 내놓아 논란을 불러일으켜왔지만 더 이상 설익은 자신만의 생각을 무절제하게 늘어놓지 말고 몇달 안 남은 임기를 마무리하는데나 전력을 기울여주길 간곡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