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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재검토 논란이 급부상하고 있다. 15일 대운하 공약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정책의원총회에서는 ‘당론 채택 무기명 표결’ 제안까지 나오면서 재검토 논란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국회에서 대운하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대운하 정책 자체에 대한 ‘회의론’부터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지 말자는 ‘유보론’까지 잠재돼 있던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지만 ‘친(親)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사이에서 발언 내용에 온도차가 느껴졌다. 친이 의원들은 보완을 통한 추진에 방점이 찍혔다면 친박 의원들은 대운하 사업 추진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너무나 중요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공약을 당론으로 채택할지 무기명 표결하자”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정책메시지 총괄단장을 맡았던 유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도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운하 공격’에 앞장섰었다.
유 의원은 “당 지도부와 선대위 지도부의 책임 있는 분들에게 요청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부운하 하나만 보더라도 찬성하는 쪽에서는 16조원이 든다고 하지만 비판하는 쪽에서는 40조원이 들지, 50조원이 들지 모르는 프로젝트라고 하고 있다”며 “환경 파괴, 식수원 오염 문제를 제쳐두고 돈 문제만 생각하더라도 국가 재정이 운하 건설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지, 국민들이 세금을 낼 수 있는지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연 그 돈을 써서 운하 건설 하는 게 한국 경제와 장래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도 알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2005년 행정복합도시법 국회 통과 당시 무기명 투표까지 하며 진통을 겪었던 당시 상황을 거론하며 “그 행복도시법이라는 것이 12부 4처 2청을 옮기고 국가 재정 상한선을 8조5000억원으로 정했던 법이다. 그 정도 법안 둘러싸고 당이 그렇게 진통을 겪었다”고도 했다.
그는 “찬반을 떠나서 의원들이 책임 있게 당의 대선 공약으로서 당론으로 (대운하를) 확정하려면 반드시 무기명 표결이라는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한다”며 “기명 투표라면 각자 소신이 영향 받을 수 있다. 제안을 심사숙고해서 받아들여 달라. 그렇게 해야만 한나라당이 국민 앞에 민주적인 정책 정당으로 떳떳하게 (대운하 공약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공약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면서 “(다른 공약은) 실현 불가능하거나 그래도 안될 것도 상당히 있지만 이 프로젝트(대운하 공약)는 삽질 시작하면 되돌리기 힘들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이날 토론 방식에도 불만을 터뜨렸다. 토론에 앞서 지난 추석 연휴 기간(9월 22일부터 26일까지)동안 자전거로 한반도 대운하 물길 탐방을 나섰던 이재오 최고위원과 박승환 한반도대운하특위 위원장이 대운하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 ‘강연식’ 발제를 지적한 것이다. 유 의원은 “우리는 그동안 입시 위주,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는데 의총에 앉아 있으니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유 의원이 발언을 마치자 의총장에서는 “대운하는 법도 아닌데 왜 투표를 하느냐” “질문도 아니고 뭐냐”는 비난과 “왜 말도 못하게 하느냐” “얘기 하게 놔둬라”는 옹호가 뒤섞여 잠시 소란해졌다. 유 의원의 ‘무기명 표결’ 제안에 노골적으로 못마땅한 기색을 표출한 의원들의 대부분 ‘친(親)이명박’ 성향이었으며 ‘옹호’한 쪽은 ‘친박근혜’ 성향의 의원들이었다.
"기업들 운하 이용 안할 것" "꼭 대표정책으로 내세울 필요 있느냐"
3시간 넘게 진행된 의총에서는 유 의원 외에도 발언 신청한 의원 대부분이 대운하르루 보는 세간의 부정적 의견을 전달하며 의구심을 표시했다. 친박 김성조 의원은 “시간이 곧 돈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운하를 이용할 것 같지 않다”며 “구미에서 휴대폰 만들면 지금은 항공으로 바로 중국 대련까지 가지만 배에 싣고 대련까지 가면, 도착했을 때 이미 그 다음 세대 휴대폰이 통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운하가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 재앙에 대비한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비용도 적게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충환 의원은 “100가지 정책이 있으면 중요한 건설 정책 하나로 들어가면 되지 꼭 이 정책(대운하)을 대표 정책으로 내세울 필요 있느냐”며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표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당선이 목표지 대운하가 목표는 아니니까 여러 정책 중 하나가 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김재경 의원은 “대운하 문제가 시작될 때부터 가장 논란이 있었던 것은 식수 문제다. 설명이 길고 복잡하다”며 “국민들은 설명이 끝날 때까지 귀를 기울이기 어렵다. 가장 간명하게, 짧은 시간 안에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라”고 ‘홍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재창 의원은 “경인운하를 하려고 할 때도 환경단체 반대해서 국고 500억원 이상 나갔는데 실현되지 못했다. 경인운하와 경부운하의 차이를 분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으면 차명진 의원은 ‘건설비용, 교량 문제, 식수원 오염’ 등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를 일일이 거론하며 “이 부분을 설득력 있게 정리해야 공약으로 할 수 있다.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나온다면 투표를 해야 된다”고 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운하 홍보에 적극적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조목조목 따져서 반대하면 끝이 없다”며 “반대하는 사람 논거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대 논거를 뛰어 넘어 어떻게 한나라당이 정부를 세워 나라를 크게, 새롭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운하가 되느냐 안되느냐는 전체적으로 별로 의미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당내 한반도대운하특위를 비롯해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조승국(한세대) 김종복(항공대) 정동양(교원대) 박석순(이화여대) 이창석(서울여대) 교수 등은 별도 프레젠테이션까지 준비해와 의원들에게 대운하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이날 의총에는 100여명 가까운 의원들이 참석해 대운하에 높은 관심을 보였으나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40여명에 불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