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북한에 대한 근본적이고 진정한 지원은 자립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한다는 것을 가르쳐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8일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 월례 세미나에 참석, "북한이 어려워 식량, 의료품 등을 보내는 것은 소모적 지원이고 북한 자체를 영원히 지원받아야되는 나라로 만들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특강에서 대북투자와 관련해 "개성공단에 16개 기업이 들어가 13개 기업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한다"며 "(기업이) 이익이 나야 들어가지, 적자가 나면 누가 들어갔게나. 이익이 날 조건을 북한이 만들어줘야 계속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해주특구, 개성공단 2단계 개발 등을 염두에 두고 정부의 접근방법에 대한 비판적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이어 "인터넷도 금융도 할 수 없는데 누가 들어가겠나. 김정일이 '통큰 투자'를 하라는데 여건을 어떻게 만드는 지 시장원리를 모른다"며 "'통큰 투자'를 말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해야한다는 것을 가르쳐줘야하는데 아마 이쪽 정상도 그런 것 잘 모를 거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장원리를 모르다보니 정상이 만나도) 말만 왔다갔다 한다"며 "김정일도 (설득을) 잘하면 머리가 좋아 빨리 알아들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선되면 남북관계가 경색될 것이라는 지적에 이 후보는 "반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남북문제를 정치에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뒤 "동족인 북한 주민이 어려움에 처한다면 비즈니스상 계산을 떠나 인도적으로 애정을 갖고 봐야한다. 경선이 끝나고 (후보 수락연설) 모두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은 북한 주민이 겪고 있는 수해에 관심을 갖자고 이야기했다. 기본적인 자세는 애정"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점수를 매기고, 합의사항 중 쓸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해달라'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는 "점수는 결과가 나와야 매기는 것이니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안그래도 시시비비에 잘 걸린다"며 "지금 청와대가 고발해 피고소인이 됐다"며 청와대 고소사태에 빗대 주위를 웃겼다.

    '탈 여의도 정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이 후보는 "여의도에 들어간 지 얼마 안되고, 아직 마인드는 기업경영 마인드"라고 말했다. 그는 "여의도에서 근무하면 '여의도식 정치'에 묻힐 것같은 부담감을 갖기 시작했다"며 "아침 일찍 나가보면 하루종일 정치이야기다. 정치에서 맴돌다 저녁에 보면 손에 잡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기업할 때는 하루 일하면 얻어지는 것이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여의도에 가서 얼마되지 않았지만 걱정이 생겼다"며 털어놨다. 그는 "지금 여당 하는 것을 보니 한나라당이 대단한 당이란 것을 알게 됐다"며 온갖 부정의혹으로 얼룩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대한 비판도 곁들였다.

    이 후보는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인선 컨셉트가 뭐냐'는 물음에 "이명박이 당선되는 거지"라며 '당연한' 답변으로 받아쳤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여전히 제 1공약으로 유효한 지에 대한 질문에는 "대표공약이 따로 있느냐, 원래 대표공약은 없다"며 주요공약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는 교육, 보육, 남북, 노사, 중소기업, 노인복지, 정부개혁 등 차기 정권에서 담당해야할 다양한 분야의 정책에 대한 견해를 폭넓게 정리했다. 그는 "정권을 찾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더 많은 고민을 한다"면서 "역대 정권을 보면 정권을 잡는데 전력을 쏟기 때문에 막상 임기중에는 늘 로드맵만 만들다가 세월을 다 보낸다. 미리 로드맵을 잘 작성해 정권을 잡으면 바로 집행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교수 기업인 등 지도층 인사 30여명이 참석했으며, 특강에 앞서 이 후보는 선대위 참여대상으로 거론됐던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과 담소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