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일자 사설 '국민 자존심 건드린 이명박·부시 면담 추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만날 것이라고 예고됐으나 면담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지난 8월부터 강영우 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위원을 통해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다. 지난 9월 27일 강 위원이 워싱턴에서 면담 일정이 잡혔다고 말했고, 다음 날 서울의 이 후보 측에서 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바로 직후 이 면담 추진에 소외된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기류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본지의 확인 요청에 백악관 대변인은 “그런 면담 요청은 받았으나 예정된 바 없고 미국은 한국의 선거에 개입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주한 미대사관 대변인도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러한 면담은 계획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과 주한 미대사관 대변인이 공식 부인하는 이상 이 후보와 부시 대통령의 면담은 현재 확정되지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이 공식 외교라인도 아닌 백악관 장애위원회 위원에게 매달려 확정되지도 않은 부시 대통령 면담을 섣불리 발표한 것이라면 무능과 무지에 앞서서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 정부는 외교에서 상대국 정부와의 공식 관계를 절대적으로 최우선시한다. 상대국 정부가 좋든 싫든 정부를 제치고 야당을 상대하는 경우란 없다. 그런 미국의 대통령이 외국의 야당 대선 후보를 만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의 부시 대통령 면담 추진은 처음부터 과욕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 후보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한 것은 그것으로 이번 대선의 대세를 확실히 굳히겠다는 계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거 노태우 민정당 후보와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위상을 과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누가 미국 대통령을 몇 분 만나 사진 찍는다고 표를 찍어줄 20년 전 수준은 넘어섰다. 대선 후보의 그런 모습에 오히려 자존심 상해할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 후보는 부시 대통령과의 무익한 면담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