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발생한 연천군 GP(전방관측소)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부모들이 "당시 사건은 북한군의 공격으로 발생한 사건이며 이를 군이 은폐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2005년 6월 19일 경기도 연천군 530 GP에서 한 병사가 수류탄 1발을 터뜨리고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동료 병사 8명을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김동민 일병으로 밝혀졌으고 그는 사건 발생 후 곧바로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2년이 지난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당시 사건의 희생자 부모들로 구성된 '연천군 총기사건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천군 GP 사건은 가짜 범인을 내세워 아군에 의한 사고로 위장시킨 사건으로 군대와 사병의 명예를 실추시킨 이적 행위에 해당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당시 사건은 차단작전 임무수행을 하던 중 GP근처 노루골 지역에서 북한군 로케트포(RPG-7) 9발 공격을 받고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선임병 질책에 앙심을 품은 김 일병이 내부반에 수류탄 1발 실탄 44발을 연발 총격해 사망자 8명 부상자 4명을 발생시킨 사건이라는 군의 발표와 정면 배치된다.

    "5.56mm 총탄에 60mm 상처와 화상흔적 남길 수 없어"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인 조두하(고 조정웅 상병 아버지)씨는 "내부반에서 수류탄이 폭발했는데도 관물대에는 파편 흔적이 없으며 희생장병들의 상처를 살펴보면 총상과 수류탄 파편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수 있다"며 북한군의 RPG-7 로케트포에 의한 상처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희생 장병의 사진을 보여주며  "군은 처음에 수류탄 상처라고 했다가 수류탄 파편으로 저렇게 큰 상처가 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다시 총상이라고 바꿔 발표했다. 상처가 크면 총상, 작으면 수류탄 파편에 의한 상처라고 하는데 여러 연구기관에 문의를 한 결과 10m내의 지근 거리에서 피격당할 경우 총상은 탄두보타 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5.56mm 총탄을 지근거리에서 맞았는데 60mm의 상처와 화상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표는 희생자들의 사망 원인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X-레이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군은 이를 발표하지도 않았고 수사기록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는 희생자 8명 중 한명의 X-레이 사진을 입수했고 몸에서 나온 파편을 구할 수 있었다며 분석이 끝나면 곧 희생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생존 사병의 진술 "작전 중에 희생"

    유가족들은 사건이 조작됐다는 또 다른 증거로 당시 생존했던 사병들의 진술 녹취록을 공개했다. 공개한 녹취록에는 생존 희생자들이 어떻게 죽었는가를 묻는 질문에 생존 사병으로 보이는 인물이 "작전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2명의 생존 사병이 작전 중 사망했다고 진술했으며 이들의 신상을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유가족들은 당시 작전 중 군 병원에 후송간 한 장병을 찾아내 진술을 받았다고도 했다. 조 대표는 "후송간 친구는 자신이 떠날 때까지도 희생 장병들이 GP에 복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작전 중 희생된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음모, 정동영이 김정일 면담시 사건 발발"

    조 대표는 이 사건은 '정치적 음모'에 의한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2005년 6월 19일 이틀전인 17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과 면담을 했던 것에 주목하며 "당시 정치 상황은 노무현 정부의 친북 정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시기였으며 530GP 사건은 온 국민을 경악시킨 엄청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이유로 은폐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05년 6월 17일 김정일과 면담한 정 전 장관은 사건 발발일인 19일 '면담 후 후속조치'를 발표했고 3개월이 지난 9월 19일 남북한은 공동성명, 북한의 6자회담 복귀등을 발표했다.

    김동민 아버지 "동민이는 울면서 자신이 했다고 말했지만 믿을 수 없어"

    이날 군이 범인으로 판결한 김동민 일병 아버지도 자리를 함께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 대표의 부축을 받으며 앞으로 나온 김동민 일병 아버지는 "유가족한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가족들이 찾아와 동민이가 범인이 아니라고 해 혼란에 휩싸였었다"며 "조 대표의 말을 듣고 면회를 가서 동민이에게 물었다. 동민이는 울면서 '자신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거도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왜 범행을 인정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방부 "이미 여러 차례 검증 통해 결론 난 사안"

    한편, 이날 기자 회견과 관련,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같은 날 2005년 경기도 연천군 GP 총기난사 사건은 "이미 여러 차례 검증을 통해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분명히 했다. 

    당시 진상조사 과정에 참여했던 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도발이었다면 전쟁 상황으로 치달았을 일"이라면서 "수류탄과 총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 사태 파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GP에서 오인 보고가 있었지만 조사 과정에서 모두 해명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