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8일 사설 <이 정권의 '북한 아리랑 집단체조' 궤변 제2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 백종천 안보실장이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아리랑 집단체조를 관람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발표는 이날 했지만 북한이 관람을 요청했을 때 이미 무슨 반대가 있더라도 그것만은 구경하겠다고 작정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아리랑 집단체조라는 것은 북한 군중 6만여명이 동원돼 벌이는 김일성·김정일 부자 찬양 매스게임이다. 과거 히틀러나 소련과 중국의 공산당이 이런 식의 군중 동원 선전 매스게임을 벌였지만 지금 세계에서 이런 행태를 보이는 곳은 북한 빼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동원된 사람 상당수가 어린 학생들이다. 이들을 매스게임 기계로 만드는 훈련의 뒤에는 옷을 입은 채로 소변을 봐야 하는 학생들의 고통과 부모의 피눈물이 흐른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런 자리에 앉아서 박수를 친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도 되지 않는 행태다. 그러나 회담 상대가 요구하는 것을 뿌리치면 회담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아리랑을 봐야겠다면 그 불가피성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면 된다.

    하지만 노 대통령측은 온갖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사람이 “우리도 북측 인사에게 포항제철이나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공장을 데려가는데 그것이 다 자본주의 체제 선전 아니냐”고 했다 한다. 통일부 장관이 이 매스게임에 동원된 북한 학생들의 처지가 우리 학생들의 학예회 준비와 같은 것이라고 해 국민을 어처구니없게 하더니 청와대가 제2탄을 쏘았다. 며칠 전 여권 의원 한 사람은 아리랑을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에 맞먹는 민족의 대서사시”라고 했었다. 광인(狂人)이 따로 없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제 과거 대결적 관점에서 벗어나 상호 체제 인정·존중 차원에서 접근할 때가 됐다” “20~30년 전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매년 세금으로만 1조원 이상을 북한에 대주고 수해 때마다 또 도와주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결적인가, 아니면 21세기 개명천지에서 아리랑과 같은 파쇼적 매스게임을 보라고 요구하는 북측이 냉전적인가.

    노 대통령의 그간의 행태나 그 주변의 이런 모습을 보면 노 대통령은 아리랑 집단체조를 보며 오히려 국민이 보란 듯이 더 웃으며 박수치고 열광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