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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 변양균 정책실장의 사표 수리 과정을 보면 이것이 정말 ‘깜이 되는’ 정권인지 개탄스럽다. 전해철 민정수석은 변 실장과 신정아씨가 수년 전부터 잘 아는 사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부인해 온 비호 관계도 시인했다. 필부(匹夫)의 일이라면 흔하디 흔한 치정사건의 하나로 치부할 만하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더군다나 한 여자를 비호하기 위해 자신이 주무르던 정책과 영향력까지 휘둘러 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도 그는 30년 공직생활 운운하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으면서 거짓말을 했다. 청와대 대변인까지 앞세워 국민을 속였다. 그렇게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없는 사람을 중용하고, 끝까지 비호해 온 노무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사건이 터진 이후 처리 과정은 더 한심하다. 청와대 대변인은 변 실장의 개인 대변인은 아니다. 최소한 사실관계부터 확인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언론의 의혹 제기를 오히려 비난하면서 변 실장의 변명만 그대로 전했다. 그렇다면 대변인도 응분의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도 “깜도 안 되는 의혹이 춤을 추고 있다” “소설 같은 느낌이 있다”고 언론 탓만 했다. 대통령의 언행이 이렇게 허술하니 신뢰받을 수가 없다. 언론 보도를 적대시하고, 자기 식구는 무조건 감싸는 싸구려 의리가 이 정권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단순 치정사건인지, 아니면 치정 뒤에 숨은 또 다른 배후가 있는지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 이 정권의 말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측근, 고위직일수록 평소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청와대 밖으로 민망한 편지가 오가고, 그로 인해 세상에 여러 가지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데도 정작 이를 관리해야 할 최고 권부만 장님 행세를 했던 셈이다. 그러면서 말끝마다 개혁이니 도덕성을 따진다. 이처럼 위선적인 정권이 또 있을까. 그러고도 언론만 공격한다. 제 눈의 대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만 보는 정권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