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또다시 충돌 사태가 발생했다. 1일 강원합동연설회가 열린 춘천 호반체육관 앞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 멱살잡이까지 벌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합동연설회 잠정 중단' 상황까지 불러왔던 제주연설회 이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까지 겹치면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져왔지만 다섯번째인 강원연설회에서 우려했던 상황이 다시 발생하고 만 것이다.

    지난 제주연설회에서의 충돌이 지지자간 '자리다툼'이었다면 강원연설회에서는 행사장 출입증인 '비표'가 발단이 됐다. '한나라당 강원도당'이라고 적힌 파란 조끼를 입은 한 여성 당직자가 비표 수십장을 갖고 있는 것을 한 당원이 적발하면서 양쪽 지지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한쪽 지지자들을 대거 입장시키기 위한 '작전'이라는 의심이 팽배했다.

    맨 처음 이 여성을 붙잡은 한 당원이 "박사모다"라고 외치면서, 지지자들은 양쪽으로 패가 갈리며 극한 대립이 시작됐다. 양측은 서로 여성 당직자의 손목을 잡고 "박근혜측 사람이다" "이명박측이 동원했다"며 팽팽하게 맞서며 이리저리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면서 부수적인 충돌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신분 확인을 위해 당 경선관리위원회를 찾던 사람들은 점차 흥분해 "당도 못믿는다"며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 여성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결국 그 당직자가 인근 파출소로 넘겨지면서 일단 충돌 사태는 종결됐다. 문제의 여성은 곧 강원도당 여성부장으로 확인되면서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무더기 비표'로 발생한 충돌사태 책임을 두고 양 후보 진영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박사모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밖에서 비표를 대량 소지한 강원도당 여성 부장은 박사모에 의해 적발됐는데 오히려 MB(이명박)측에서 박사모가 위조 비표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 캠프 장광근 대변인은 "강원도당위원장은 박 전 대표 측 핵심인 심재엽 의원이고 여성 부장은 도당위원장의 심복인 참모직"이라며 "그가 어떤 경위를 통해 초청장과 비표를 다량 소지해 배포하게 됐는지 진상을 밝혀라"고 말했다.

    각 후보 캠프에 50장씩 배포됐던 '은색비표'가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 '은색비표'는 양 캠프에서 캠프 직원과 원외위원장에게도 다 나눠주지 못할 만큼 모자란다는 불평을 듣던 것이다. '은색비표'를 들고 입장하다 기자와 마주친 한 여성은 "캠프 직원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짧게 답한 뒤, 서둘러 이동했고 이후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지난달 30일 인천연설회에서 발생한 일부 지지자들의 폭력행사 탓에 이날 지나친 '검열'로 행사가 제 시간에 시작조차 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도출됐다. 뙤약볕 아래 입장을 기다리던 강원도 선거인단 및 당원들은 단 하나의 입구 앞에 길게 늘어선 채 신분증과 초청장을 하나하나 대조한 뒤에야 행사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결국 당초 오후 2시 예정이던 연설회는 30여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주민등록증이 없거나 주소지가 강원도가 아닌 당원은 초청장이 있어도 입장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도 흔히 목격됐다. 고령의 한 당원은 "신분증을 가져오라는 말도 없었으면서 먼 길을 온 사람을 이렇게 막아서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또 페트 물병 등 '투척'이 의심되는 물건도 입구에서 철저히 통제했다.[=춘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