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0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문창극 주필이 쓴 '권력이 비늘을 떼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 집안을 망하게 하려면 그 집 마당에 몇 십억만 떨어뜨려 놓아라”는 말이 있다. 그 돈을 놓고 부모·형제 간에 싸움이 붙어 돈은 돈대로 없어지고, 집안은 풍비박산한다는 얘기다. 재산 많은 집에서 유산을 놓고 형제 간, 부모·자식 간 싸움이 붙고 급기야는 재판까지 가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런 집을 ‘콩가루 집안’이라 한다. 지금 한나라당은 ‘콩가루 당’이다. 권력이 문 앞에 떨어진 듯 보였다. 이걸 서로 갖겠다고 형제끼리 싸우다가 급기야는 재판까지 가게 됐다.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들이 검찰에 불려 다니면서 선거를 하게 생겼다. 정권의 칼에 목을 스스로 내놓았다. 이 정권이 꾸민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스스로가 불러들인 일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대선에 두 번 실패했다. 두 번 모두 선거를 하기도 전에 권력을 쥔 듯 교만했다. 처음에는 몰라서 그랬다 치고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똑같은 양상이다. 역사가 첫 번째 되풀이될 때는 비극으로, 두 번째 되풀이될 때는 광대극으로 온다고 했다. 지금 한나라당은 광대극을 준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5개월 후에 관객에게 허탈한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이들에게는 왜 뻔한 결과가 보이지 않을까. 취임식에 앉아 있는 허상만이 눈에 어른거리기 때문일까. 나는 분명히 다시 한번 말해 주고 싶다. 꿈을 깨라고….

    두 사람은 약점이 많은 사람이다. 한나라당 경쟁에서 이긴다고 승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명박씨의 부동산 문제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다. 사돈과는 거리를 두고 사는 게 상식인데 어떻게 처남과 큰형님이 함께 사업을 하게 됐느냐는 점이다. 이명박이라는 매개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무조건 부인만 한다고 넘어갈 수는 없다. 당내 검증에서는 자기당 후보를 매정하게 몰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식후보가 되면 이 문제는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씨 역시 간단하지 않다. 아버지의 유산은 긍정적인 정도만큼이나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 회귀라는 질책과 여자라는 문제가 극복되어야 한다. 외국의 예를 많이 들지만,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어머니의 정치 (Mummy Politics)’ 다. 자녀를 키우고 집안살림을 꾸려본 여자들이, 나라살림도 남자보다 더 섬세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런 경험이 있는가.

    후보들의 약점은 경선이라는 구조 때문에 실제보다도 더 확대되고 있으며, 권력을 가진 쪽에서는 이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그들은 한 사람이 낙마하면 남은 한 사람에게 이리떼처럼 달려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선에서 이기려면 둘은 끝까지 손잡고 가야 한다. 경쟁을 하되 협력해야 한다. 자기파멸적 경쟁에서 상생적 경쟁으로 길을 바꾸어야 한다. 서로의 약점만 들춰낼 것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비록 약점이 있다 해도 이를 보는 국민의 눈도 넉넉해질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불가능하게 보이는 이런 일을 해 내든지, 광대극을 연출하든지 지금은 양 갈래 길뿐이다.

    권력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이기는 자와 지는 자, 빼앗는 자와 빼앗기는 자뿐이다. 지금 두 진영은 그런 싸움을 하고 있다. 양쪽으로 갈라진 의원들이 더 극악스럽다. 자기편이 지면 공천조차 받지 못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당내 싸움은 권력싸움이 아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동지 간의 경쟁이다.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면 경선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큰 관심이 없다. 정권교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다시 좌파에게 정권을 맡겨서는 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두 사람도 그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내가 권력을 쥐는 것보다 나라 걱정이 앞서야 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나를 희생할 수 있다는 점에 합의해야 한다.

    이제는 검증보다 협력방안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경선에서 진 사람과 어떻게 손잡고 나갈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당내의 원로들이 두 사람의 협력을 성사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눈을 덮고 있는 권력의 비늘을 떼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앞을 볼 수 있다. 싸우다 함께 죽는 것이 아니라, 협력해 함께 살아나는 새로운 길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