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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부에서 공공연히 떠돌던 '총선 공천배제론'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정두언 의원 입에서 나왔다. 그동안 당내에선 '어느 후보가 되면 상대진영의 몇몇 의원들은 18대 총선에서 공천이 힘들 것'이란 설들이 난무했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당 내부의 관측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정 의원은 라이벌인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몇몇 의원들을 지목했다. 실명이 아닌 이니셜을 언급했지만 당을 출입하는 취재진이라면 쉽게 알 수 있고 박 전 대표 캠프 역시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 의원이 지목한 의원의 실명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한나라당은 2005년 11월 당을 혁신하겠다며 당헌.당규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놨다. 공천권 역시 당 대표가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규정해놨다. 정 의원의 발언은 이같은 당헌.당규를 무시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박 전 대표 진영 뿐만 아니라 당 경선에 출마의사를 밝힌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의원까지 정 의원의 발언을 문제삼고 있고 당 지도부 역시 "공천문제를 특정 계파에 있는 의원이 언급할 것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정 의원은 상대진영 의원이 비보도를 전제로 취재진과 식사자리에서 발언한 내용까지 공개했고 이로인해 한나라당은 심한 몸살을 앓고있다. 난데없이 당 내부에서 터진 '이명박 X-파일'과 '이명박 재산문제'로 범여권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으며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주자간 이전투구는 더욱 격화됐다.
정 의원은 또 방송에 나와 전직 대통령과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열린우리당 의원 실명까지 거론했고 이들이 '이명박 X-파일'을 만들어 갖고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선 즉각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그렇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대응하겠다고 반격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이명박 X파일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예를 들어 정동영, 이광재, 허태열 관련부분)은 모두 곽성문 의원이 이미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며 발을 뺐다.
결국 정 의원의 발언은 당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경쟁관계에 있다고 하지만 자당 소속 의원을 늪에 빠뜨린 셈이 됐다. 여권은 '기회'를 잡았다는 판단아래 연일 한나라당과 이 전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정 의원 역시 이같은 파장을 예상못했을리 만무하다. 이 전 시장은 여전히 상당한 지지율 격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른 주자에 비해 포용과 아량을 베풀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시장이 매번 당의 화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 의원이 보여준 이번 행동은 이 전 시장의 주장을 스스로 뒤집은 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