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한나라당 경선레이스의 첫 출발점이 된 29일의 광주 정책토론회를 마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모두 "내가 잘 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이번 행사가 국민에게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여 준 뜻깊은 행사였다"고 평가하면서 "각 후보들도 열띤 경쟁으로 행사를 알차게 만들었다"고 서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명박 "방어시간 많이 없었지만 정책 대결 보여준 좋은 기회"

    ○… 행사를 마친 이 전 시장은 대회장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미숙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에게 정책정당을 보여준 기회였다"고 평가하면서도 타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된 데 대해서는 "방어할 시간이 제대로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한반도 대운하'가 최대 쟁점이 된 점에 대해 "나는 10년을 연구했고 그들은 단편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되새겼다. 

    이 전 시장은 또 "싸우는 것이 아닌 정책대결 장면을 국민에게 보여줬기 때문에 매우 의미가 있다"고 호평했다.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많은 후보가 나를 상대로 했기 때문에 (나는) 점수가 약하고, 다른 후보는 높다"며 여유를 보였다.

    지지자 '이명박'연호 커지자 '박근혜' 부르는 등 여유 

    대회장을 나서는 이 전 시장을 향해 지지자들은 수백개의 종이비행기를 뿌리며, '기선제압'을 자축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재빨리 자리를 떠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명박'을 외치는 소리가 너무 커지자 이 전 시장은 손으로 가위표를 그리며 자제를 당부했고, 뒤이어 자신이 손뼉을 치면서 작은 목소리로 '박근혜'를 부르며 박 전 대표를 연호해줄 것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 캠프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박형준 대변인은 "누가 경제대통령이 될 수 있는 지를 명확히 볼 수 있는 토론회였다"고 긍정적인 점수를 매겼다. 박 대변인은 또 "자질과 능력을 정말 유감없이 보여줬다. 타 후보와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점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1등후보로서 포용력을 발휘하며 토론회를 주도하면서 타 후보를 배려하는 능력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캠프 "누가 경제대통령감인지 명확해져"

    장광근 대변인도 "예상대로 4:1의 일방적 공세였지만, 이명박이라는 방패를 뚫기에는 네 후보의 창이 너무 무뎠다"면서도 "네 후보의 건설적인 충언과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히 귀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은 예상됐던 것이고 이 후보의 핵심정책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박근혜 "모든 부분에서 잘 됐다" 흡족

    ○…
    이같은 분위기는 박 전 대표측도 마찬가지였다. 박 전 대표는 “오늘 행사에서 한나라당이 선진정당으로 한걸음 내딛는 희망을 봤다”면서 “모든 부분에서 잘 됐다”며 흡족해 하는 모습이었다. 박 전 대표는 “내가 주장해 온 ‘줄푸세’나 감세, 작은 정부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드리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른 후보들에게도 “열띤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캠프 대변인 한선교 의원은 “국민들에게 박 전 대표의 원칙과 신뢰에 근거한 경제정책을 설명해 박 전 대표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보여줬다”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박근혜 노믹스’를 설파하는 자리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줄푸세 운동을 통한 경제회생과 21세기 지식기반 사회를 위한 교육과 과학기술의 혁명, 세금감면 정책을 국민의 피부에 와 닿게 제시해 나갔다”며 “국민들에게 앞으로 있을 세 차례의 토론회 역시 박 전 대표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갖게 했다”고도 했다. 

    "박근혜, 현장서 예상못한 질문에도 잘 대응" 자평

    한 의원은 그러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모든 후보로부터 한반도 대운하의 비경제성과 비효율성, 환경파괴에 대해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허구성이 드러났다”며 “이는 이 전 시장에게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실증”이라고 혹평했다.

    최경환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차분하게 잘했다. 어려운 경제를 어떻게 바로 잡아 나가겠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치켜세우면서도 이 전 시장에 대해서는 “이미지 정치가 드러났다. 콘텐츠가 전혀 없다. 주요 공약 검증이 하나도 없었다”고 폄훼했다. 이혜훈 의원도 박 전 대표에게는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에도 잘 대응했다”고 좋은 점수를 줬지만 이 전 시장에 대해서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콘텐츠 없는 허구임이 드러났다. 운하 사고에 대한 답도 제대로 못했으며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을 만들겠다는 것도 희망사항임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경제대통령 이미지는 콘텐츠 없는 허구"
     
    이정현 공보특보는 “경제지도자와 사업전문가의 차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토론회였다”며 “박 전 대표는 국민 다수가 걱정하는 경제 문제 전반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잘 정리된 대안을 쉽고 공감이 가도록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시장의 유일한 경제 살리기 대안인 대운하 사업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확실하게 입증되는 계기가 됐다”며 “기름유출 사고나 환경 대책에 대해 단 한 가지도 설득력 있게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경제비전 제시 토론회에서 말도 안되는 토목사업이 주요 논쟁이 됐다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광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