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일 사설 <국민에게 수조(數兆)원 청구하는 ‘대선용대북 프로젝트’>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의 ‘북한 프로젝트’가 전방위로 추진되고 있다. 김혁규 의원이 단장을 맡은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소속 남북경제교류협력추진단은 오늘 평양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대규모 남북 경제교류 확대 방안을 협의한다. 개성∼서울 대운하 건설, 해주 중공업단지 조성을 비롯한 신 황해권 경제특구 추진 등 여러 대규모 프로젝트가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와 무관한 이들이 무슨 자격, 무슨 권한으로 차기 정부와 국민에게 엄청남 부담을 안길 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없어질 정당이 혈세로 북 개발한다는 월권

    김 의원 측은 “2·13 베이징 합의의 동력을 되살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대북사업이 남북관계 개선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은 그간의 남북관계사(史)가 웅변하고 있다.

    더욱이 남북관계는 엄연히 법의 규율을 받는다. 2005년 12월 제정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은 한반도 평화 증진과 남북 경제공동체 구현, 민족동질성 회복과 북한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규정하면서도 ‘이 법에 의하지 않고는 누구든지 정부를 대표해 북한과 교섭 또는 회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누가 김 의원 등에게 이 법에 맞는 정부대표 자격을 부여했는가. 열린우리당은 이미 여당도 아니다.

    백번 양보해 남북 간 정부 차원의 채널이 막혔다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은 남북장관급회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적십자회담이 가동 중이다. 당장 오늘만 해도 개성에서 남북 간에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회의가 열린다. 또한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문제로 시간을 끌고 있긴 하지만 6자회담 당사국 간에 공식 비공식 접촉도 활발하다. 그런 마당에 특정 정당, 그것도 자진 해체를 서두르고 있는 ‘없어질 정당’이 대형 북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월권이다.

    정부가 이들의 방북을 허용한 경위도 석연치 않다. 방북단의 김종률 의원은 “관련 부처와 의제 및 실현 가능성에 공감을 이뤘다”고 했다. 김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노무현 정권의 무원칙성을 스스로 드러내는 행태다. 열린우리당 방북단이 북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사업 가운데 평양∼개성 고속도로 개보수, 평양∼해주 고속도로 건설만 해도 최소 1조 원이 소요된다. 나머지 다른 사업까지 따져보면 얼마나 많은 세금이 들어가야 될지 모를 일이다.

    이 정부는 김대중 정권의 대북 비밀송금 사건을 계기로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남북관계발전법까지 제정했다. 그래 놓고서도 열린우리당의 대북 프로젝트를 묵인했거나 방조했다면 ‘대선용 쇼’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 정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씨의 대북 비밀접촉을 ‘대통령의 당연한 직무행위’라고 강변하고, 2·13 합의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대북 중유 운송계약을 맺는 바람에 생돈 36억 원을 날린 바 있다.

    노정부가 묵인 방조한 선거 흥행 이벤트

    감사원이 최근 “(대북사업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며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감사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배경도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결국 이 모든 게 ‘대선용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되는 일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방북과 미국 방문 계획을 둘러싸고도 온갖 의혹이 일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남한-북한-미국-중국의 4개국 정상회담 추진을 통해 대선 선거판 자체를 흔들려 한다는 것인데 범여권의 대북 프로젝트는 이런 관측들이 근거가 없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