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정치인처럼 의리도 신의도 없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가 높아지기 위해서 또는 자기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조령모계(朝令暮改)와 조변석계(朝變夕改)를 밥 먹듯이 하며, 의리와 신의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정치인의 모습들이 근래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등을 중심으로 비일비재하게 비춰지고 있다.

    4.25 재보선에 한나라당이 참패하자, 서로 물어뜯고 찢고 하면서 자기의 갈 길을 찾아 눈치보고 날렵하게 행동하는 정치인들이 부쩍 돋보이는(?) 하이에나 정치 계절풍이 불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치인처럼 교활하고, 간사한 직업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바로 정치인의 못된 속성이 그대로 나타나는 계절이 바로 지금인 것 같다.

    한나라당의 많은 국회의원들이 당 대표가 4.25 재보선 참패에 대해서 무조건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잔인하게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래야 자기가 올라가야 할 공간이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찬스가 생기기 때문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 대표 사퇴거부 의사를 표명하면서 당 자정기능 강화와 당 중심체제 확립 및 문호개방 등을 골자로 한 당 쇄신방안을 마련하여 발표했다.

    어려울 때 일수록 힘을 합치고, 서로 이해하며 격려하는 정당인들의 단결된 모습들은 도대체 한나라당에는 눈 닦고 찾아볼 길 없다.

    홍준표 의원 같은 분은, 당 대표의 쇄신안을 ‘보신안’이라고 공개적으로 일갈하며 비판하고 있고, 당 대표를 형편없이 폄훼해버렸다. 정당이라는 조직에는 위도 아래도 없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절대선이자 최고라고 생각하는 잘못 조화된 현실인식의 인자(因子)들이 정치인들의 뇌리 속에 꼭 박혀 있는 듯 한 느낌을 주는 것은 웬일일까.

    어려울 때 당대표의 쇄신안을 한번쯤 받아들여 보고 심기일전할 수 있는 정치인의 아름다운 모습들은 찾아볼 길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이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회를 포착해 상대방을 눌러버리고, 자기가 위에 올라서려고 하는 듯 한 못된 정치인의 무자비한 속성들이 요즘 들어 부쩍 한나라당 내부에 만연하고 있는 듯 한 인상을 짙게 풍긴다.

    기회를 포착해 당직을 가진 다른 정치인을 비난하는 모습들이 눈에 띠기 시작했다. 찬스에 능숙한 정치인들이 이곳저곳에 포진하고 있는 요새가 바로 정당인 것 같다. 마치 살모사가 머리를 쳐들고 먹이를 잡으려고 혀를 날름 날름거리는 듯 한 기회주의 형국이 바로 지금이다.

    아마도 정치판치고 가장 더러운 정치판이 한국 정치판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심한 말일까?

    지저분하고 너저분하기는 두말할 것도 없고, 교활하고 간사한 정치판의 모습을 보면서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속설을 새삼스럽게 느껴야 하는 아주 못마땅한 정치 계절이 왔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싸움질에 넌더리를 내지만, 저마다 똑똑하다고 튀고, 뛰고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혐오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국민들은 그들을 또 선택해야 하는 슬픈 숙명 속에 살고 있는가.

    강 대표와 대표 경선에서 2위를 했던, 이재오 최고위원도 ‘강 대표 수습안’에 반발하여 최고위원직 사퇴를 결심했다고 방금 언론이 전한다. 전재희라는 한나라당 정책의장도 사표를 내면서 당 대표에 대해서 독기를 품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당직 사표를 내면서 독설 한마디씩 하는 한나라당 정치인의 잔혹사가 시작된 듯 하다.

    지금 한나라당은 X판 5분전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2007년 한국 정치판을 쥐어흔들고 있는 신의도 없고, 의리도 없는 국회의원 나리님들이 과연 2008년에도 또 다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번뜩 머리를 스친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