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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밤 9시 3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의 4·25보궐선거 상황실. 유기준 대변인은 상황실에 마련된 개표방송을 보려고 자리에 앉았다. 이미 개표는 시작됐고 일부 지역의 경우 당락의 윤곽을 점칠 수 있을 정도의 진전된 시간이었다.
개표방송을 통해 발표되는 상황은 한나라당에 좋지 않았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경기 화성만 당선을 안심할 수 있을 뿐 나머지 지역은 모두 뒤쳐지는 상황이었다. 유일하게 상황실에 앉아있던 유 대변인은 애써 담담한 듯한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나오는 한숨은 어쩔 수 없었다.
일부 취재진은 "패배가 아니라 참패하겠네 참패"라고 했고 주변 사무처 직원들의 표정도 굳었다. 격전지인 대전 서구을 선거는 고사하고 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경북 봉화 군수선거에서도 개표초반 무소속 후보에게 1,2위를 내주며 3위에 머물자 유 대변인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서울 양천구청장은 16대 국회의원까지 지낸 오경훈 후보가 추재엽 후보에게 큰 표차로 뒤졌다. 이 지역은 당의 대선주자인 원희룡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주변에서는 "큰일이다" "당직개편이 아니라 지도부 전원 물갈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뼈있는 농담까지 나왔다. 평소 취재진과 농담을 주고 받던 유 대변인의 입은 굳게 닫혔다. 그리고는 18분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일부 취재진들이 "어디가세요"하고 불렀지만 유 대변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심판결과인 민심을 앞으로 당 운영에 많이 반영해서 새로운 출발을 하도록 하겠다"며 대폭 당직개편을 시사했다. 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11시 당 상황실을 찾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