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사학 이사회의 개방형 이사 추천자에 종단을 추가하는 선에서 개정 사학법 문제를 해결키로 했다고 한다. 개정 사학법에는 사학 자율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독소 조항이 많다. 사학·한국교총과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에 재개정을 요구해 왔다. 기독교계는 삭발투쟁까지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근본 문제는 외면한 채 종교계만 무마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비종교계 사학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한나라당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개정 사학법은 사학법인 이사의 4분의 1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채우도록 하고, 개방형 이사 추천자를 대학평의원회(대학)·학교운영위원회(초·중·고)로 제한했다.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분이지만 사학의 자율경영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본다. 헌법재판소에도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다. 사학마다 고유의 건학 이념을 갖고 있다. 다른 생각을 가진 개방형 이사로 인해 학내 갈등이 많아질 가능성도 크다.

    정부가 사학을 장악할 수 있는 길도 크게 넓어졌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임시이사 파견 요건이 대폭 완화되고, 임시이사 임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임시이사 가운데는 친권력 인사가 많다. 개방형 이사나 학교 불만세력이 분규를 일으키고,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파견하면 어느 정권이든 간단하게 사학을 접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학 내에선 '정권의 사학 탈취법'이란 비판도 많다. 사학들이 정권 눈치를 보고, 관변화가 심해질 것도 뻔하다.

    비리 사학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학의 투명한 경영은 매우 중요하며, 비리 사학은 엄중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소수의 문제 사학을 빌미로 전체 사학의 뿌리를 뒤흔들어서는 안 된다. 개정 사학법 시행 이후 사학들의 교육 의지가 상당히 꺾였다고 한다. 우리 교육의 큰 손실이다. 여러 차례 지적된 개정 사학법의 독소 조항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 개정 사학법 문제로 인해 처리되지 못하는 민생법안도 많다. 국회가 악법은 빨리 고치고, 필요한 법은 만드는 민첩성을 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