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0일 사설 '4년2개월 동안 장관을 75명이나 만들어내니'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문화관광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을 바꿨다. 장관급인 법제처장과 보훈처장도 교체했다. 금년 들어 세 번째 개각이다.

    개각을 앞두고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번 개각은 오래된 장관들 중에서 일정한 업무를 마무리한 사람들 중심”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물러난 문화부장관과 해양부장관이 일한 기간은 고작 1년 남짓이다. 취임 1년을 갓 지난 장관이 ‘오래된’ 장관으로 치부되고 있다. 같은 대통령제인 미국에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장관이 수두룩한 것은 그래야 부처 정책의 입안과 수행이 안정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도 취임 초엔 “장관들에게 최소 2년~2년 반 임기를 보장할 생각”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지난 4년2개월 동안 국무총리를 포함해 국무위원 자리 20개에 데려다 쓴 사람이 이번으로 75명째가 된다. 한 자리당 평균 3.7차례씩 교체해 평균 1년2개월 주기로 국무위원 명패가 바뀌었다. 각 부처직원들은 장관 이·취임식 끝나면 새 장관에게 업무브리핑해 주느라 시간을 보내고 그러다 장관이 뭘 좀 알게 돼 업무가 손에 잡힐 만하면 다시 새 장관이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니 국민 세금을 걷어다 하는 나랏일이 정밀하게 돌아갈 리가 없다. 곳곳에서 국민 세금이 허망하게 새고 있는 셈이다. 낭비의 규모로 치면 수십조원에 해당할지 모른다.

    이번에 입각한 새 장관들은 정권이 끝나가는데다 국회 청문회로 시간을 잡아먹어 길어야 7~8개월 동안 일을 손에 만지게 될 것이다. 새 업무 브리핑받다가 파장을 맞게 되는 셈이다. 이러니 신세 진 사람한테 장관 경력 만들어 주려고 필요하지도 않은 개각을 일부러 했다는 이야기가 떠돌 수밖에 없다.

    새 보훈처장은 대통령의 가장 큰 재정적 후원자이자 친구인 박연차씨의 사돈이다. 박씨는 지난 대선 때 대통령 측근 안희정씨에게 7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줬다가 벌금형을 받았다. 물론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런 시중의 이야기에 또 펄쩍 뛰겠지만 이제 그 사람 이야기는 귀에 담는 사람도 없다.

    이러면서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진 노동·복지부 장관은 그대로 남았다.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이던 2002년 7월 내각에 당적 보유 장관이 한 명도 없는데도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중립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했었다. 바로 5년 전 그때 그 기억을 몽땅 잃어버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