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 돌변에 한나라당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이게 코미디 쇼 하는 것이냐" "대통령이 아니라 장난감 사달라 떼쓰는 아이 보는 것 같다" "정치를 아는 사람인가 의문이 든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13일 주요당직자 회의에 참석한 당 지도부는 청와대의 개헌 입장 변경에 대해 모두 한 마디씩 던졌다. 한미FTA 타결 뒤 노 대통령을 칭찬하던 이례적인 모습이 아닌 당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바둑의 프로기사들이 판세를 보고 안되겠다 싶으면 돌을 던진다. 프로정치인도 돌을 던질 때가 지금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며 "당 공식입장을 수차례 밝혔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모처럼 국회가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체면을 세워주는 합의문을 작성했는데 청와대의 잘못된 판단과 태도 때문에 소모적인 기싸움을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노 대통령이 개헌에 관해 몽니를 부린다고 해야할지 청와대가 점점 눈이 멀어지고 귀가 어두워지는 것이 아닌가. 정권 말기일수록 대통령은 좀더 귀를 열고 자신의 고집을 버려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도 "노 대통령은 얼마전 차기 대통령은 '정치를 좀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작금의 개헌논란을 지켜보면서 노 대통령이 정치를 아는 사람인가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6개 정당의 원내대표가 17대에서 개헌 논의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국론 분열만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원내대표가 모두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겠느냐"고 따진 뒤 "오로지 대통령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개헌 발의를 한다면 정치를 모르는 대통령 보다 더 못한 대통령이라는 것을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모든 정당이 18대 국회에서 개헌추진을 약속했고 원내대표와 강재섭 대표, 뿐만 아니라 대선주자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고 국민 65% 이상이 노 대통령 임기 내 개헌을 옳지 않다고 하는데 여기에 무엇을 더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꾸 억지조건을 붙여 개헌을 강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정치를 희화화 시키는 것이다. 이게 코미디 쇼는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병석 원내대수석부대표는 "이건 대통령이 아니라 마치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보는 것 같아 사실 민망하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