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0일 사설 '한나라당, 민노당과 손잡고 우파 포퓰리즘 가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은 9일 기초노령연금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지난 2일 국회 때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기초노령 연금법안을 제출했지만, 열린우리당 안이 통과됐었다.

    한나라당·민노당의 법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수준 상위 20%를 뺀 나머지 80%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인 월 8만9000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연금지급은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10%까지 늘리게 돼 있다. 열린우리당 안이 노인 60%를 대상으로 5%를 지급하는 것에 비해 대상 범위도 넓고, 지급액도 더 많다. 당연히 소요 예산도 많다. 열린우리당 안은 2008년 2조4000억원, 2010년 3조5000억원, 2020년 8조원이 드는 반면, 한나라·민노안은 2008년 3조원, 2010년 5조7000억원, 2020년엔 24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한나라당은 우파 이념을 내걸고 있다. 나라가 번영하려면 개인의 경쟁과 책임을 중시하고 정부를 작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정당이 골수 좌파정당인 민노당과 복지정책 공조를 펴기로 한 것이다. 4년 내내 큰 정부 타령을 해온 노무현 정부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더 많은 복지를 나눠 주는 선심입법 경쟁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선심 공약은 집권 후 욕을 먹더라도 거둬들일 수나 있지만, 선심 입법은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국고를 축내고 나라를 멍들게 한다.

    한나라당은 지난달엔 대북정책을 ‘유연한 기조’로 변화시켜 가겠다고 했다. 말은 에둘러 했지만 정부 여당의 대북 포용정책 흉내를 내겠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가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의원들보다 상대적으로 연령이 많다는 점, 한나라당 지지기반은 나라 동쪽에, 열린우리당 지지기반은 나라 서쪽에 있다는 점이 얼른 떠오를 뿐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도대체 왜 정권을 반드시 교체해서 자신들이 집권하지 않으면 나라가 결딴날 것처럼 국민에게 겁을 주고 있는가. 그 이유를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