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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위해 일하려면 최고위원 사퇴해라'(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박근혜 최고 대리인이 강재섭 아니냐'(이재오 최고위원)
지난달 29일 정면충돌했던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이 2일 나흘만에 만났다. 나흘전 7·11 전당대회로 쌓인 양측의 앙금을 여과없이 표출한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날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 관심사는 '강재섭-이재오 만남'이었다. 서로를 향해 원색적인 공격을 쏟은 상황에서의 첫 대면인 만큼 두 사람이 이날 회의를 통해 공개할 발언에 취재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말을 아꼈다. 한미FTA란 굵직한 현안을 두고 재충돌 할 경우 두 사람 모두에게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강 대표는 한미FTA 관련한 문제만 잠시 언급했고 이 최고위원은 아예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두 사람은 13분간 두 차례 눈길을 마주쳤다. 제시간 보다 4분 늦게 도착한 이 최고위원이 회의테이블에 앉으면서 두 사람은 한 차례 마주쳤고 발언 의사를 묻기 위해 강 대표가 이 최고위원에게 마이크를 건네면서 다시 얼굴을 맞댔다. 그러나 두 차례의 접촉에서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옆 자리에 나란히 앉았지만 두 사람은 이후 진행된 회의 내내 시선을 피했다. 이 최고위원은 회의 내내 고개를 숙였고 자리에 앉을 때 잠시 강 대표와 악수를 나눴을 뿐, 늘 하던 참석자들과의 인사도 나누지 않았고 대화도 건네지 않았다. 표정 역시 회의 내내 굳어있었다. 강 대표도 다른 참석자들에게는 자연스레 말을 건네면서도 이 최고위원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이 최고위원은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한미FTA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만을 전달한 뒤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강재섭-이재오'의 물리적 재충돌은 피했지만 이날 회의 분위기에서 보듯 두 사람의 신경전은 언제든 충돌로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은 당장 여론조사 반영방식을 둘러싼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간의 힘겨루기를 조정해야 하고 6월 계획된 시·도당위원장 선거 시기를 놓고 벌이는 양측의 이견도 조율해야 한다. 또 후보 등록과 경선일정 및 투표 방식 등의 핵심사항을 결정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두고도 양측의 샅바싸움이 예고돼 있다. 이 때문에 이 과정에서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