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통일교 특검 '속도전' 공언하지만 … 野 "2차 특검, 정치 이벤트로 이용"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수용하면서 '속도전'을 공언하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2차 종합 특검 정국을 만들기 위해 명분 쌓기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통일교 특검에 대해 "속도가 곧 정의"라며 "의혹이 중대한데 시간을 끌면 진실은 흐려지고 증거는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통일교 특검은 확정적이다. 즉시 추진할 것"이라며 "이미 결론 난 사안이고 방향도 분명하다. 흔들릴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법을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처리하겠다"며 "성역은 허용하지 않겠다. 여야도 지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민주당은 끝까지 간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권이 추진한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 로비 의혹 특검에 대해 돌연 수용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날 오후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협의에 나섰지만, 특검 추천 방식 등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이에 따라 각자 특검법을 마련하고 추후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전날 2차 종합 특검법안을 발의하면서 야권은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이번 입장 변화가 주도적 판단이 아니라 여론에 떠밀린 결정처럼 보인다"며 "여론이 악화되자 입장을 바꾼 만큼, 이제 와 다른 특검이나 사법개혁안과 연계해 조건을 다는 것은 명백한 지연 전술이다. 수용을 말해 놓고 시간을 끌거나 전제를 붙이는 순간, 특검의 정당성은 스스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같은 날 2차 종합특검법을 발의한 점을 지적하며 "릴레이식 특검 설계는 진실 규명이 아니라 정국 소모만 키울 뿐이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국정 운영에 돌아간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건 없는 수용, 제3자 추천 특검, 즉각적인 패스트트랙 처리, 이 세 가지가 갖춰질 때에만 통일교 특검은 국민 앞에서 최소한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개혁신당도 민주당을 향해 "통일교 특검, 미루지 말고 섞지 말고 계산하지 말고 깔끔하게 하라"고 요구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하겠다'는 말 뒤에 불필요한 셈법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처리 일정은 미루고, 2차 종합특검과 섞고, 추천 방식과 지방선거 일정을 계산하고 있다"며 "진실 규명이 아니라 정략 카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또 하나의 정치 이벤트를 만들 생각인가"라며 "제3자 추천 특검으로, 신속하게, 단독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