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간의 신경전이 결국 당 지도부로 번졌다. 지난 7.11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대리전 논란 속에 당 대표와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이 29일 정면으로 충돌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심상치 않다. 강 대표가 이 최고위원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당내에선 강 대표의 당직사퇴 요구가 사실상 이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최고위원도 곧바로 "박 전 대표의 최고 대리인이 강 대표 아니냐"고 반격에 나섰다. '관리형'인 현 지도부의 중립성은 이번 두 사람의 충돌로 사실상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문제는 두 사람의 충돌이 다시 '박근혜-이명박' 양 진영간 갈등으로 확전됐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 진영에서 강 대표와 박 전 대표 측의 사전교감설을 주장하자 박 전 대표 진영은 곧바로 반격했다. 박 전 대표 측의 유승민 의원은 3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 전 시장 캠프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골적으로 일해왔고 그건 당 안에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최고위원 정도 되는 분이면 지금쯤은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하는게 좋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최고위원이면 당연히 당의 의무에 먼저 충실하는게 도리다. 심지어 연초에 이혜훈 의원도 박근혜 대표를 돕기 위해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직을 사퇴했다.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직은 최고위원보다 훨씬 작은 당직으로 그런 것도 거취를 분명히 했는데…"라며 거듭 이 최고위원의 거취표명을 요구했다. 또 "(이 최고위원은)이제까지 노골적으로 이 전 시장 캠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최고위원이 구체적으로 이 전 시장 진영을 지원한 사례도 들었다. 유 의원은 "당원협의회장들과 시의원, 구의원들을 접촉하거나 아니면 작년에 지방선거에서 낙천 낙선한 분들,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분들을 포섭하는 일이나 여러가지 활동을 한 게 당 안에서 공공연하게 다 알려져 있다"며 "이제와 그런 것을 부인하겠느냐"고 따졌다.

    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최고 대리인이라는 이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당대회 이후 강 대표에게 히려 박근혜 캠프 쪽에서 섭섭한 점도 많았다. 경선룰에 대해 강 대표는 누구보다 공정하게 중재자 입장을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의 경고에 즉각 반격한 이 최고위원을 향해 "명분이 너무나 뚜렷한 얘기이기 때문에 거기에 시비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