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학 신입생의 20%가 자기 이름을, 또 77%와 83%가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함을 한자(漢字)로 쓰지 못한다고 한다. 성균관대 이명학 사범대학장이 올해 신입생 3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자능력 시험의 이같은 결과는 비단 성균관대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닐 것이다. 이 참담한 현상은 한자문화권인 한국 대학생의 ‘한자맹(漢字盲)’ 내지 ‘한맹(漢盲)’이 여간 심각한 수준이 아님을 말해준다는 것이 우리의 우려섞인 진단이다.

    어엿한 대학생이면서 다니는 ‘대학교’의 한자를 ‘大學校’라고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한자는 문자가 아니라 일종의 암호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한자를 한글로 읽는 독음(讀音) 문제에서는 더 심하다. ‘折衷’을 ‘절충’이라고 올바로 읽지 못하는 학생이 384명 가운데 381명, ‘榮譽(영예)’와 ‘抱負(포부)’를 제대로 읽지 못한 학생은 각각 368명, 357명이라고 한다. 이런 정도의 한자 이해력으로 전공과목은커녕 일반 교양과목인들 얼마나 소화해나갈지 걱정스럽다.

    우리 말의 70%가 한자에서 유래한 만큼 올바른 우리 말 교육을 위해서라도 한자 교육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 없다. 한자가 이미 아시아·태평양권의 ‘국제 문자’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한자문화권의 세계적 위상이 점증하고 있는 시대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아시아 선린각국과 교류해나가기 위해서는 특히 젊은 세대를 위한 한자 교육이 절실하다.

    이름조차 한자로 쓰지 못하는 한자맹과 한맹의 근원은 30년 넘게 한글 전용의 국어교육 명분에 밀려 한자 교육을 외면하다시피 해온 교육 정책의 오류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한글 전용을 고집해온 북한조차 1990년대에 초등학교에서부터 2000자 한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자 교육 강화가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갉는 것도, 한글 문화를 훼손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한글 문화를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