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4일 사설 '학생의 담임교사 선택 신선하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서울 충암고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담임교사를 선택하도록 했다. 국내 최초의 파격적인 실험이다.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예비 담임교사들의 사진 담당과목 학급운영 방침 등을 보고 선착순으로 담임교사를 신청했다.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를 높이려는 취지였다고 한다. 한 학교의 실험이지만 우리 교육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학생의 선택권을 넓히는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교육계 반응은 찬반으로 엇갈린다. 학부모 학생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학생들의 선택 이유는 다양했지만 좋아할 만한 담임교사를 찾아가니까 애착이 간다는 반응이다. 학생에게 담임교사는 부모 다음으로 중요하다. 당연히 좋아하는 담임교사와 1년을 지낸다면 학교생활이 즐거울 것이다. 반면 교원단체들은 교사를 상품화하고, 교사가 학생 눈치를 보는 인기영합적인 교육으로 변질되고, 교직사회의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라며 반대한다.

    우리 학생들은 교육 주체인데도 강제적으로 끌려다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으로 학교 선택권은 거의 없다. 학급 담임교사 배정도 학교가 결정한다. 학생은 싫든 좋든 따라야 한다. 이러니 학교에 불만을 가진 학생이 늘어 공교육은 붕괴되는 반면 사교육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조기 유학생은 증가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교육학자는 학생이 학교 담임을 택하면 애정과 책임감이 커져 학습동기가 높아진다고 말한다. 충암고는 지난해 방과 후 학교에서 교사가 개설한 강좌를 학생이 선택하게 한 결과 학습효과가 크자 이번에 정규 수업으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품안으로 들어온 학생이어서 더욱 애정이 가고 책임감을 느낀다는 교사도 많았다고 한다. 교사 학생 간의 신뢰가 쌓일 것은 당연하다. 교사들은 학생을 위해 노력하고, 부적격 교사가 줄어드는 효과도 클 것이다. 교원단체들의 우려 가운데 귀담아들을 부분도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고 본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학교 구성원 간 합의를 통해 다른 학교로 확대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