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 캠프의 좌장 역할을 하는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이 그간의 긴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었다. 이 최고위원은 그동안 당 지도부 회의에서 좀처럼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그러나 1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최고위원은 논란이 된 '후보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이 최고위원은 무려 10여분간이나 마이크를 잡았다. 당의 대선후보 모두를 "다 훌륭하다"고 칭찬하면서도 이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 진영의 정인봉 법률특보를 겨냥해 "정권교체 염원을 바라는 국민과 당에 대한 배신"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 전 시장의 도덕성을 검증하겠다는 정 특보에게 "검증할 게 있으면 서울시장 경선할 때 했어야 했다"며 "의구심이 있다면 당이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검증하고 싶은 자료가 있으면 20가지든 200가지든 경선준비위나 최고위에 제출해 공정하게 검증되도록 해라"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친박근혜 일색인 지도부를 향해서도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그는 "우리가 마치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의 정책을 비난했다고 고발하듯 이런 문제에 대해선 대표의 의지대로 당이 통제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특보에 대한 지도부 차원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자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전여옥 최고위원이 곧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전 최고위원은 "국민이 지금만큼 정권교체를 바란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후보 개인 보다 후보 주변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쏟았다. 그는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한 기대와 당 지도부가 해야 될 역할도 막중하다"며 "중요한 것은 당 지도부의 중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부가)어떤 말을 할 때 진정성을 주려면 후보가 아니라 당을, 당이 아니라 국민을, 국민을 넘어 이 나라를 생각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지도부의 중립이 어렵지만 가장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 역시 이 전 시장을 지원하고있어 이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 역시 진정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읽힌다.

    전 최고위원은 이어 "(한나라당은)후보들의 주변 사람과 당이 중심을 못잡아 실패했다"며 "이런 실패를 다시하지 않으려면 항상 자기 자신을 모두가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