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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그것도 아주 새삼스럽게 노 대통령에 대해 순수하고 인간적이라고 공개적으로 칭찬하면서 “노 대통령은 남에게 사술을 부려서 자기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그러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다는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을 연상하며, 두 가지 점에서 매우 놀라고 있다.
첫째, 노 대통령이 ‘순수’하고 ‘인간적’이라는 말은 그것도 그럴싸한 원론적인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정치 지도자치고 주위에 사람을 모이게 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순수하고 인간적이지 못하다면 어떻게 주위에 사람이 모이겠는가? 따라서 거의 모든 정치 지도자는 비교적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순수성’과 ‘인간적’인 면모를 거의 모두 가지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싶다는 말뜻이다.
따라서 대통령까지 오를 때는 반드시 거기에 걸맞는 인간성과 순수성이 있었기에 주변에 사람이 모였을 것이고, 그 베이스캠프로 인해서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복합적 양상을 띠고 있는 정치시즌인 지금에 와서 노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사의 찬사를 올리는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재오 의원의 생존적 본능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며 놀라워하고 있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을 가리켜 ‘사술을 부려서 자기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꼭 해야 하는 ‘이재오’ 의원의 정치적 목적성이 과연 무엇이냐를 생각하며 놀라워하고 있을 뿐이다.
‘이재오’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가 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미치니 솔직히 어찔한 느낌도 든다. 동네를 스쳐가는 멋진 도령을 보고, 날밤 세는 줄 모르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는 옛날 시골 처녀 같은 이재오 의원의 순수한(?) 말을 듣고 보니, 과연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사람 보는 눈이 있었구나 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
‘인간적으로 노 대통령은 감정이 풍부하고 솔직한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이재오 의원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개인적인 인연 때문에 사람을 접촉할 때, 이 세상 어떤 사람도 나쁜 인간성이나 불순한 감정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인연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상대가 순수하고 인간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미묘한 정치 시즌에 그것도 야당 원내대표를 역임하고 당대표가 되려는 바로 직전에서 아슬아슬하게 패배한 이재오 의원이 새삼스럽게 대통령의 인간성과 순수를 공개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연유는 무엇일까? 더더욱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대해 극찬을 마다하지 않는 이재오 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매우 주목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나변(那邊)에 있는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고 했던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이재오 의원은 당대표에 떨어지고 난 후 몹시도 인간적이고 순수한 사람들이 그리웠나보다. 이재오 의원이 있는 한나라당 주위에는 그리도 인간적이고 순수하다고 칭찬할 덕목이 있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 한나라당도 한번쯤 이재오 의원이 말한 인간성과 순수를 곰씹어보며, 왜 이재오 의원에게 그토록 인간성과 순수라는 말이 공개 인터뷰를 통해서 핵심적으로 흘러나왔나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민은 또 다른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무언가 이제는 정치의 계절이 왔으니 슬슬 움직여 볼 때가 된 모양이다. 그렇게도 순수해지고 인간성 따지던 이재오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떨어진 후,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감정적인 느낌을 거침없이 표현하면서 당무를 이탈하고 복귀하기 까지 한 달여가 걸렸는데 자못 그때와는 다르게 넉넉한 미소와 풍부한 칭찬과 풍성한 대통령에 대한 예찬이 더욱이 돋보이는 것은 어인 일일까? 이재오 의원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정치를 하려면 최소한 다중구조(多衆構造)의 복심을 갖고 사는 외계인처럼 다재다능한 능력이 있어야 될 것 같구나 라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든다.
과거 어느 때인가 “여당이 대통령의 말에도 불구하고 정략으로 써먹어 그들 스스로가 대통령의 진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본다”고 알쏭달쏭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 적이 있는 이재오 의원이 드디어 ‘여당내의 옛 동지들을 생각하면 즐거워만 할 수 없다“라는 말을 지금에 쏟아낸 것을 보고서야, 이재오 의원의 귀소본능(?)이 작동되는 감성적 메커니즘을 발견하게 되었다면 너무 앞서간 생각일까?
우선 이재오 의원이 당대표 경선 후에 한나라당에 대한 마음이 행여나 떠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그가 말한 행간에서 주관적으로 파악되고 있음은 나만의 과민한 육감일까? 또 꼭 한나라당이라고 하여 진정성이 있고, 정의성이 있으며, 애국심이 강한 정당이라고 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당이라는 것 자체가 같은 이념으로 모이긴 하지만 생각과 방향과 목표가 각각 다른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하나의 완벽하지 못한 집합체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정치란 적(敵)도 동지도 없는 그 때 그 시절의 적절한 배합과 배열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진한 느낌을 받는 것이 아닐까.
정치인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지조(志操)와 신념(信念) 그리고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愛民) 정신을 꼽을 수 있겠다. 그러나 정치인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인간성과 순수성은 결코 외형적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재오 의원은 한나라당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