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어른들은 ‘영림서’로 더 많이 알고 있는 산림청의 ‘국유림관리소’는 업무특성상 도심에 위치하기가 어렵다. 우리 춘천국유림관리소는 도청소재지에 있다고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도심과는 거리가 있다.

    자가용이 없는 나는 가뭄에 콩나듯 있는 버스를 기다려 타거나, 카풀해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불편함이 적지 않다.

    지난 금요일 일이다. 퇴근후 같이 자취하는 지윤 언니와 그동안 미뤄오던 장을 보리라 굳게 약속하고 할인마트를 가기위해 허겁지겁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갔는데, 쌩…하니 막차가 바람을 가르며 코앞에서 떠나가고 있지 않은가. “잡아야해.. 택시로는 12000원이나 나오는 거리라구!”

    그러나 헐레벌덕 뒤따르는 우리를 뒤로 하고 버스는 야속하게 점점 더 속도를 내며 멀어져 간다. 기운이 다 빠진다. 추운 날씨에 코가 빨갛다. 우리는 꼭 할인마트에 가야했다. 더 이상 물에 밥 말아 먹을 수 없었다. “그래, 콜택시 불러 가자”하고 마음을 먹고 휴대폰을 꺼내드는데, 어디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어디까지 가? ”
    이 특유의 억양은 다름 아닌 우리 관리소 카리스마 넘버원, 이기완 소장님이 아니신가,
    “추운데, 타” 

    사실 한 기관의 기관장이란 자리는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우리 소장님도 관리소에서, 또 사업현장에서 일사천리로 진두지휘하시는 모습을 많이 뵈 온지라, 굳이 말씀을 안하셔도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말단인 내가 느끼는 카리스마는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렇게 높게만 느꼈던 소장님인데, 어두컴컴한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우리 둘을 발견하시고, ‘야타족’을 자청하시는게 아닌가. 우리는 좋아 어쩔 줄 몰라하며 냉큼 소장님 차를 탔다

    차안에서의 소장님은, 저녁반찬 이야기며, 겨울에 좋은 차 이야기, 소장님 젊으셨을 때의 실수담 등을 들려주시는 모습이, 또 일부러 우리의 목적지인 할인마트에 데려다 주시느라 멀리 돌아가면서도 흔쾌히 데려다주시는 모습이, 영락없는 마음씨 좋고,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춘천 겨울날씨가 아무리 매서워도, 정 많은 우리 소장님과 서로서로 챙기는 우리 관리소 직원들이 있는 춘천국유림관리소는 언제나 후끈하다.